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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반기문 유엔총장의 카리스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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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1 20:14:57 수정 : 2009-09-01 20: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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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는 남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 정도로 설명될 수 있다. 카리스마는 원래 종교적인 용어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의 선물’을 뜻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이 개념을 확대하여 절대적 신앙을 근거로 맺어지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카리스마적 지배라고 이름했다. 이때부터 카리스마라는 말이 절대적 지배권 정도로 이해되는 사회과학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무력에 의존하는 하드 파워와 외교나 문화 따위를 중시하는 소프트 파워를 구별하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파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 둘을 결합한 스마트 파워 외교를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로 제시한 바 있다. 개인도 스마트 파워를 갖춰야 진정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다. 힘과 설득력을 겸비해야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도력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유엔주재 노르웨이 차석 대사 모나 율이 본국에 보내는 보고서에서 반 총장에 대해 “국제위기를 다루는 데 취약하며 카리스마가 결여돼 있고 경험 많은 유엔 동료들조차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에 반 총장은 “다양한 상황은 다양한 카리스마를 요구한다”는 정도로 반박했다.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유엔총장은 이런저런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역학구조상 유럽의 견제가 심하다. 그렇더라도 반 총장의 이미지는 술에 물 탄 듯한 모습이 적잖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기름 친 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답변하기 힘든 민감한 질문이 쏟아져도 잘 빠져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그는 꼬투리를 잡힐 만한 처신이나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외신에서 반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때마다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시비 거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그러나 어쩌랴. 세계적인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 맞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 파워를 갖춘 지도자가 되려면 악역도 감수해야 한다.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를 가진 리더십이 때로 필요하다. 반 총장이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어야 그들은 그 잘난 입을 다물지 않을까.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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