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무력에 의존하는 하드 파워와 외교나 문화 따위를 중시하는 소프트 파워를 구별하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파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 둘을 결합한 스마트 파워 외교를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로 제시한 바 있다. 개인도 스마트 파워를 갖춰야 진정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다. 힘과 설득력을 겸비해야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도력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유엔주재 노르웨이 차석 대사 모나 율이 본국에 보내는 보고서에서 반 총장에 대해 “국제위기를 다루는 데 취약하며 카리스마가 결여돼 있고 경험 많은 유엔 동료들조차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에 반 총장은 “다양한 상황은 다양한 카리스마를 요구한다”는 정도로 반박했다.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유엔총장은 이런저런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역학구조상 유럽의 견제가 심하다. 그렇더라도 반 총장의 이미지는 술에 물 탄 듯한 모습이 적잖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기름 친 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답변하기 힘든 민감한 질문이 쏟아져도 잘 빠져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그는 꼬투리를 잡힐 만한 처신이나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외신에서 반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때마다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시비 거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그러나 어쩌랴. 세계적인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 맞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 파워를 갖춘 지도자가 되려면 악역도 감수해야 한다.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를 가진 리더십이 때로 필요하다. 반 총장이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어야 그들은 그 잘난 입을 다물지 않을까.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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