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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학생운동, 민속학과 만난 이유는…

입력 : 2009-08-25 23:13:14 수정 : 2009-08-25 2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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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29일 국제 학술심포지엄 ‘민속과 사회민중운동’… 민속학과 사회운동은 매우 이질적인 조합처럼 보인다. 민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긴 해도 각각 전통과 학문, 변혁과 정치라는 상반된 요소에 주로 기대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1980년대 민중문화운동을 떠올리면 민속학이 사회운동의 얼마나 든든한 자양분이며 강력한 동인인지를 금세 깨닫게 된다. 쌍쌍파티와 체육대회, 학술제 중심의 대학축제를 풍물패 중심의 마을굿이나 줄다리기와 같은 농민 공동체 놀이 위주의 행사로 전환했던 대동제가 대표적인 예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은 쌍쌍파티와 교내 체육대회, 메이퀸 선발대회 중심의 1970년대 대학축제를 풍물굿과 줄다리기와 같은 공동체적 대동놀이로 변모시켰다. 1979년(위)과 1985년 서울대 대동제 모습이다.
서울대기록관 제공
허용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대학 대동제를 통해 80년대 한국 학생운동과 민속학의 관계를 고찰한다. 동국대 일본학연구소가 29일 여는 국제학술심포지엄 ‘민속(학)과 사회·민중운동 : 포클로어(folklore)의 정치학’의 발제문 ‘그들이 만들려 했던 공동체’를 통해서다. 민속학자인 허용호 교수는 문화운동 관점에서 70년대와 80년대 초반을 ‘탈춤 부흥운동의 시대’ ‘마당극의 시대’로 규정한다면, 대학이 가장 역동적인 시기였고 민속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문화 창조의 기반으로 전유된 80년대는 분명 ‘대동제의 시대’였다고 말한다.

대동제라는 명칭은 84년 5월 고려대의 ‘석탑대동제’에서 출발한다. 허 교수 등에 따르면 석탑대동제는 강제징집 후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위령굿과 길놀이, 마당극, 줄다리기와 같은 대동놀이를 결합한 새로운 축제판을 선보였고 대동제를 알리는 대형 걸개그림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그해 고려대와 합동위령굿을 지낸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를 필두로 해서 그 모델이 퍼져나갔고 87년 5월쯤엔 전국 대학축제 대부분이 대동제를 표방하게 됐다.

허 교수는 대학가의 대동제 바람이 탈춤과 마당굿 등 60∼70년대 문화운동권이 축적한 민속·전통 지향의 역량, 쌍쌍파티·메이퀸선발대회와 같은 70년대 말 ‘퇴폐적, 향락적, 제국주의적 대학문화’ 거부·파괴 움직임 그리고 축제를 통해 ‘생산자(총학생회와 각 문화동아리)와 향유자(일반 학생)가 하나가 되는 문화’ ‘투쟁과 놀이의 공동체’를 만들려 했던 80년대 학생운동권의 성향과 83년 당국의 대학자율화 조치 등이 빚어낸 결과로 봤다. 민중과 접촉면을 넓히려는 대학 사회의 적극적인노력이 ‘대학 자율화’라는 외부 요인과 결합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운동권에서의 생활문화론 논의와 자율화 조치, 대학 내에서의 공동체 놀이문화의 확산과 기존의 관성적 축제의 거부의식 확산 등이 모체가 돼 대학 대동제가 탄생한 것”이라며 흔치 않은 기회를 활용한 학생운동의 능동적인 역할을 평가했다.

기층민 기반의 민속적인 것에서 새로운 공동체 거점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움직임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진대철 부경대 교수의 ‘한국 민중문화운동의 형성과정과 실천’이라는 논문 발표에 이어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와모토 미치야 도쿄대 교수가 일본의 민중운동과 민속학을 개괄하고 시게노부 유키히코 기타큐슈대 교수가 50년대 일본의 서클운동과 민화의 결합을 분석한다. 또한 시노하라 도루 ‘대학공동이용기관·인간문화연구기구’ 연구원은 ‘좌절과 포클로어 : 전후 일본의 학생운동과 민중’을 발표한다. 이후엔 한양명(안동대), 정수진(서강대), 나카무라 다이라(한양대) 교수가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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