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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간판 구미호 특수분장실 가다

입력 : 2009-08-19 11:46:14 수정 : 2009-08-19 1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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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드는데 꼬박 2주
카메라·조명 워낙 좋아… 털 하나 허투루 사용안해
여름을 맞아 해마다 시청자들을 찾아오는 납량특집 드라마의 관건은 역시 특수분장이다. 그럴듯한 분장으로 공포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며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 위해 분장실은 바쁘게 돌아간다. KBS ‘전설의 고향’의 간판이자 한국 대표 괴담인 ‘구미호’ 편의 특수분장 현장을 찾아갔다. 13일 ‘구미호’ 촬영이 한창인 수원 드라마센터의 22 스튜디오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오전 10시, 엄마 구미호 ‘노호’ 역을 맡은 정소녀가 분장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변신 작업이 시작됐다. 정소녀의 손에 하나하나 끼워지는 구미호 손톱은 사전에 그의 손을 본떠 우레탄 소재로 일일이 조각하고 색을 입혀 만든 수제품이다.
◇엄마 구미호 ‘노호’ 역을 맡은 정소녀가 네 시간에 걸쳐 특수분장을 하고 있다.
대역 배우들 몫까지 총 10세트를 만들어야 하기에 구미호 손톱을 만드는 데만 꼬박 2주가 걸렸다. 여기에 구미호용 치아, 렌즈에 핏물까지 특수분장에 쓰이는 거의 모든 소품들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정소녀는 “처음 분장된 모습을 보고는 저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랐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해로 연기 입문 36년이 됐지만 공포물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혜숙, 장미희 등 당대의 미녀 배우들이 모두 거쳐간 구미호 역이지만 정소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강한 분장이었다.

“정말이지 ‘전설의 고향’만은 피하고 싶었다”는 그였지만 “요즘은 분장기술도 좋아졌고, 이번 구미호는 예전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도전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호 이빨이 잘 붙었는지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젊은 구미호 ‘소호’ 역의 전혜빈은 “분장할 때 본드와 털을 많이 써서 어려움이 많다”면서 “특히 이빨까지 끼고 나면 대사를 발음하기 어려워 감정 잡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해 ‘구미호’는 윤예령씨를 비롯한 10명으로 구성된 특수분장팀이 전담하고 있다. 예전의 구미호보다 ‘전통성’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했기에 신종 특수분장 기법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윤씨는 “하지만 조명과 카메라가 워낙 좋아져 털 하나 소품 하나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다”면서 “이전보다 더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1시30분, 2시로 예정된 구미호 장면 촬영이 임박하자 분장실도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구미호 가족 3명에 대역까지 총 6명의 분장을 치르는 통에 분장팀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소호’ 전혜빈에게 4명의 분장사가 달라붙어 얼굴과 손등에 털을 붙이고 구미호 특유의 백발을 다듬었다. 이렇게 전혜빈이 구미호로 완벽 변신하는 데는 꼬박 3시간이나 걸렸다. 오전 10시에 분장을 시작한 정소녀도 오후 2시에야 스튜디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배우들이 촬영에 들어간 뒤 분장실에는 잠깐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분장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분장실 한쪽에서는 나머지 스태프들이 구미호의 털이 되는 누에실을 쉴새없이 빗질해 적당한 뭉치로 나눠 놓는다. 배우의 몸에 붙였을 때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선 털 하나하나에 적당한 볼륨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에실을 빗질해 가지런히 하는 것이다. 털 한 뭉치를 정돈하려면 7분여를 꼬박 빗질해야 한다. 배우 한 명이 구미호로 변신하는 데는 털 20뭉치가량이 필요한 만큼 쉴 틈이 없다.

관아로 꾸며진 세트장으로 돌아간 전혜빈은 사또를 위협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구미호를 연기했다. 이렇게 2009년, 새로운 구미호가 탄생했다.

수원=글·사진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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