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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리 시장’ 기술력으로 승부해야죠”

입력 : 2009-08-04 18:49:55 수정 : 2009-08-04 18: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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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오페라 S’ 만든 디지파이 박 노 영 대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무선이어폰과 초지향성스피커라는 독특한 음향기기 분야를 개척, 글로벌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민 디지파이(www.digifi.kr) 박노영(51) 대표는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는 제품은 글로벌시장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파이 박노영 대표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차수 선임기자

최근 디지파이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안양시 경기벤처안양과학대센터에서 마주한 박 대표는 “기업도 사람처럼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작지만 강한 글로벌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파이는 전자업계에서 독특한 경영방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본사는 제품기획과 개발에 전념하는 대신 생산을 비롯한 판매와 유통은 파트너로 불리는 외주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대표상품인 무선이어폰 ‘오페라S 시리즈’와 초지향성스피커 ‘소니캐스트’도 서울대음향공학연구소 등 8개 파트너업체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그래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10여명의 직원이 전부인 디지파이는 슬림한 조직을 유지하면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장점이다.

박 대표는 “각 분야의 전문업체로 공동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100명이 넘는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영국과 중동, 일본 등 해외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능동적인 시스템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소홀해지기 쉬운 품질관리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무선이어폰 ‘오페라’는 초기제품이 출시된 지 6개월 이상 테스트를 거쳤고, 초지향성스피커 ‘소니캐스트’도 1년이 넘게 검증작업을 벌였다. 심지어 이어폰의 경우 개발단계에서부터 이퀄라이저(Equalizer) 조절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렸을 정도다.

박 대표의 슬림한 조직과 까다로운 품질관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 겪었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됐다. 일본에서 대학을 마친 뒤 전자업체에 근무하면서 터득한 기술을 가지고 1993년 귀국한 박 대표는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회사를 서울에 설립했다. 그는 전량 일본에 수출해 한때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IMF 외환위기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겠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는 박 대표는 “그래서 디지파이는 제품 기획·개발 등 핵심 경쟁력을 갖춘 기술 기반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산하이테크로 출범,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는 이 회사가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비압축 전송방식인 ‘클리어(Kleer)’ 기술을 도입한 무선이어폰 ‘오페라S1’을 출시하면서부터.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던 무선이어폰 업계는 지난해 5월 오페라S1이 나오면서 큰 반향이 일었다. 블루투스 제품은 압축된 음을 풀어서 전달하기 때문에 MP3플레이어의 원음을 듣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클리어 칩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는 오디오 비압축 방식이어서 뛰어난 음질은 물론 전력 소모량이 낮고, 4개 리시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오페라는 110암페어(mA) 배터리를 기준으로 할 때 블루투스 제품보다 2.5배나 긴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음질도 블루투스는 FM라디오 수준인 데 비해 클리어 제품은 CD 수준 음질을 들려준다.

클리어 기술을 활용한 디지파이의 ‘오페라 S1’ 제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첫 모델인 ‘오페라 S1’에 이어 ‘S2’, 그리고 최근 출시한 ‘S5’ 모두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에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이는 무선이어폰을 애플이 아이팟MP3플레이어용으로 인증해 준 첫 사례에 해당된다.

특히 후속제품인 ‘오페라 S5’는 미화 150달러라는 다른 회사의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에도 영국 DIP 인터내셔널, 일본 소프트방크, 미국 베스트바이 등과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공항 면세점에도 자체 브랜드로 당당히 입점하게 됐다.

지난 6월 샘플을 공급한 지 한 달 만에 8만대가 넘는 선주문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제품과 디자인을 대행해 주는 ODM을 원하는 세계적인 음향기기분야 기업들의 제휴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오디오업체인 ‘파이어니어’와 ‘데몬’이 각각 연간 200만달러와 240만달러의 제품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처음으로 아이팟 공식 인증을 받은 무선 이어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메이저 유통업체에서 주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출시 1년 만에 세계 무선이어폰 시장의 대표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파이가 향후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제품은 초지향스피커인 ‘소니캐스트’이다. 최근 박 대표가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은 “초지향성스피커는 음향기기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부가가치를 갖고 있다”는 호평을 받을 정도였다.

디지파이의 ‘소니캐스트’ 제품은 이미 영국 BBC방송국, 일본 나리타공항 등 해외에 설치 운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제주국립박물관과 이천세계도시축전 행사장, 이마트 등에 선보였다. 디지파이는 무선이어폰과 초지향성스피커 두 제품만으로 연매출 2000만달러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초지향성스피커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기술 우위를 앞세워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안양=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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