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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바람직한 검찰상은… 심재륜 前 고검장에 듣는다

입력 : 2009-08-04 08:48:42 수정 : 2009-08-04 0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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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총장됐다고 옷벗는 건 잘못… 평생검사제 정착돼야"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우유부단과 천성관 전 총장 후보자의 부도덕성이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입혔다. 천 전 후보자처럼 자질이 부족한 이를 검찰 총수에 기용하려 한 점에서 청와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심재륜(65) 전 부산고검장은 기자 질문을 듣자마자 언성을 높였다. 199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아들을 구속한 ‘강골 검사’의 기개는 여전했다. 그는 “전임자보다 3기수나 내려가는 파격적인 검찰총장 인사로 20여년 경력의 유능한 검사들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검찰이 처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임 전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보다 법률을 우선시해야 했다. 6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지 왜 구속, 불구속을 놓고 여론조사를 하나. 천 전 후보자는 총장은 물론 그냥 검사로서도 부적절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다만 그런 인물을 총장에 앉히려 한 건 어디까지나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를 구속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 비리에 거침없이 칼날을 들이댄 심재륜 변호사는 3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밖에서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검사 개개인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차수 선임기자
―정치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론이 나오는데.

“중수부 폐지론이라는 건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김대중정부 말기부터 불거지더니 노무현정부 들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공직부패수사처’ 같은 게 거론됐다. 도대체 누가 중수부 폐지를 원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여야 정치인 가운데 중수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이가 많다. 이들은 항상 중수부에 두려움을 느낀다.”

―천 전 후보자 낙마 이후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검찰에 원래 스폰서 문화라는 게 없다. 천 전 후보자 때문에 생긴 말이다. 몇몇 부적절한 선배 탓에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검사들이 아주 속상해하는 것 같다.”

―검사 시절 허름한 술집을 애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검찰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스폰서를 낳는 것 아닌가.

“허름한 술집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웃음) 남 신세 안 지고 내 돈으로 술값을 계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30분 작전’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술집에 데려가면 30분 동안 아무 것도 안 먹고 술만 마시게 했다. 그럼 2, 3차 안 가고 자리가 빨리 끝난다.”

―검찰동우회 소식지에 기고한 ‘수사 10결’이란 글이 요즘 화제다.

“오랜 검사 생활 동안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변호사 생활을 하며 깨달은 점도 있다. ‘피의자의 굴복 대신 승복을 받아내라’, ‘수사하다가 곁가지를 치지 마라’, ‘독(毒)이 든 범죄정보는 피하라’ 등 10가지 교훈을 적었다. 후배 검사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22억원대 재산과 요트, 승마 등 고급 취미가 도마에 올랐는데.

“단순히 재산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재산 형성과정에 의혹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 요트나 승마도 단순히 그걸 즐기는 게 문제가 아니고 취미생활 과정에서 다른 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느냐가 중요하다. 검사는 남의 오해를 살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검사장급 인사를 놓고 ‘업무 공백 장기화를 막으려면 조기 단행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새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총장 취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데.

“법률상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다.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단행하도록 돼 있다. 다만 지금은 검찰총장이 후보자 신분이라 두 주장이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이 많이 젊어졌다. 이제 40대 고검장도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연소화’(年少化)를 어떻게 생각하나.

“천 전 후보자 내정처럼 검찰총장을 한꺼번에 3기수나 내리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후배들은 당장 좋아할지도 모르겠으나 검찰 조직 전체가 조로(早老)하는 느낌이다. 검사에겐 경륜이 필요하다.”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해서 선배, 동기가 일제히 옷을 벗는 문화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일본 검찰엔 그런 관행이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그렇지 않았다. 예전엔 동기생이 검찰총장부터 평검사까지 죄다 포진한 적도 있다. 우리가 출세나 영달을 위해 검사가 되는 게 아니다. 이래선 ‘평생검사’ 제도가 정착할 수 없다. 동기가 총장이 되든 후배가 먼저 승진하든 개의치 말고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평생 검사로 일하면 된다.”

―새 검찰 지휘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실추된 검찰 위상과 국민 신뢰의 조속한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선 검사들 사기 진작도 중요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사 개개인이 지켜야지 외부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사들이 소신을 갖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심재륜 변호사는…

▲1944년 충북 옥천 출생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67년 제7회 사법시험 합격 ▲72년 서울지검 검사 ▲86년 대검 중수2과장 ▲88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 ▲92년 서울지검 3차장 ▲95년 광주지검장 ▲97년 대검 중수부장 ▲2001년 부산고검장 ▲2002년 변호사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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