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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부자가 된 대한민국 가족간 유대는 가난한 나라가 돼"

입력 : 2009-07-23 10:00:53 수정 : 2009-07-23 1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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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선교사 활동 마치고 돌아가는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 젠슨장로 부부
‘서바이벌 한국어’가 수준급이다. ‘가가호호’에서 ‘가화만사성’이란 한자성어가 푸른 눈의 외국인에게서 자유자재 튀어나왔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일명 몰몬교)의 에드윈 H 젠슨(67)장로와 어바나 R 젠슨(65) 선교사 부부는 한국 사람이 다 돼 있었다. 처음 선교사로 한국에 온 1962년만 해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없어 선임 선교사와 짝을 지어 다니며 단어 하나씩을 묻고 문장을 외우며 익혔다는 젠슨 장로는 이제 한국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오는 28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35년간 교사생활을 하는 도중 한국에 세 차례, 총 7년여간 머물며 자비로 선교봉사를 펼쳤다.직업 성직자를 두지 않고 신앙생활을 봉사와 동일시하는 몰몬교 전통에 따라서다.

“봉사도 사람에겐 큰 자산이 됩니다. ‘돈이 곧 신(Money is god)’인 시대에 자신의 돈과 시간, 재능을 나눈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사도 바울도 텐트짜는 직업을 갖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1962년 한국에 선교사로 처음 와서 김치와 밥만 먹고 살았다는 후기그리스도성도교회 젠슨 장로 부부는 사진을 찍을 때도 “김치~” 하며 웃음을 지었다.
■‘가화만사성’은 몰몬교 중심사상

1962년 2년반 임기의 선교사로 한국에 첫발을 디딘 이래 83∼86년 선교부 회장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공보 선교사로 한국에서 활동한 젠슨 장로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다. “1962년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땐 김포공항에서 한강까지 흙길이 깔려 있었죠. 전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어서 12시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릴 땐 ‘아, 이북 사람들이 내려온다’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1983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젠슨 부인은 “오기 직전 미국에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우유를 많이 먹어두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우리가 매우 가난한 나라에 갈 거라고 했어요. 막상 한국에 도착해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죠. 먹을 게 넘쳐났거든요.”(젠슨 부인) “1962년에만 해도 선교사들은 김치와 밥만 먹었습니다. 20년이 지나 한국에 다시 와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한 모습에 정말 놀랐습니다.”(젠슨 장로)

하지만 이들은 현재 한국은 경제적 부국이지만 가족적 유대가 가난한 나라로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순회하느라 부모한테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자녀와 부모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것 만큼 위험한 현실이 있을까요.”(젠슨 장로) “지금은 장성해 각자 가정을 꾸렸지만 네 아이들을 1983년 한국에 데리고 왔던 것은 우리 가족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국땅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됐으니까요.”(젠슨 부인)

젠슨 장로는 성공한 학생과 실패한 학생의 차이점은 20개의 내적 자산(asset)을 갖고 있는지 여부라는 어느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자산이고 이웃사람과 이름을 알고 인사를 나눌 줄 아는 것도 자산”이라면서 “‘가화만사성’이라는 고사성어는 몰몬교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단은 없다?

1960년대 선교사 시절은 아이들이 몰몬교 선교사를 보면 ‘뺑코’라 부르며 따라왔고 가가호호 방문하면 환영받던 때였다. 도심에도 직장 없는 사람이 많아 노상 전도(street meeting)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 앞에서 경비에게 가로막히고 길에서도 사람들이 바빠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젠슨 장로는 젊은 선교사들이 무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주재원을 위한 영어지부를 여는 등 선교의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매년 각 구청에 수백 대의 보행기를 기증하는 등 사회적 기부사업도 벌이고 있다.

‘몰몬교는 이단’이라고 여겨지는 탓에 선교에 어려움도 크다. 미국에서 교인 수만 580만명인 몰몬교의 한국 교인 수는 8만명이다. 전세계적인 성장세에 비해 한국에서는 교세 확장이 더딘 편이라고 했다. 젠슨 부부는 한국에서 소수 종교를 둘러싼 이단 논쟁에 대해 “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폄훼하는 사회적 풍토”를 지적했다. “천주교 입장에서 보면 개신교도 이단이고, 이슬람 입장에서 보면 그리스도인은 이단입니다. 서로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해요. 미국 유타주에서는 몰몬교도가 70%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타종교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소수 종교인을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어린이들은 엄하게 꾸짖죠. 유타주에서 천주교의 유서깊은 건축물을 복원할 때는 몰몬교가 기금 지원을 해줘서 로마교황청에서 감사표시를 한 적도 있어요. ”

젠슨 장로는 “내가 고등학교에서 35년간 ‘토론’을 가르쳐왔는데, 논쟁이란 결론이 없는 것”이라면서 “종교생활에 있어 논쟁이란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서로를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에 위배된다”고 했다.

글, 사진=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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