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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암투병’ 수필가 장영희 교수 별세

입력 : 2009-05-10 22:18:22 수정 : 2009-05-10 22: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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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

마지막까지 수필집 교정… 숨진 다음날 출간
수필가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가 9일 오후 12시50분 별세했다. 향년 57세.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교수로 복직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2001년 처음 유방암이 발견돼 완치했으나 3년 뒤 척추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지난해에는 다시 간으로 암이 전이됐다. 하지만 그는 의식이 남아 있을 때까지 출간을 앞둔 자신의 마지막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교정에 매달려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망한 다음 날(10일) 출간된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고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그래서 난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지만, 끝내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9년 동안 보통 사람은 한 번도 감당하기 힘든 암 판정을 세 번이나 받고 항암치료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그의 글은 어둡지 않고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달하는 밝은 내용이었다. 유고 수필집으로 남게 된 이 책은 2000년 이후 월간 ‘샘터’에 연재한 글들을 수록한 것으로 고인의 생애 마지막 9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비록 자신은 기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고 떠난 셈이다.

고인은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1급장애인이 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뉴욕 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문학자인 고 장왕록 서울대 명예교수의 딸로 태어난 그는 부친과 함께 펄 벅의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중·고교 영어 교과서를 집필했고, 수필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생일’ ‘축복’ ‘내 생애 단 한 번’ 등을 남겼으며 한국 번역문학상과 ‘올해의 문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신이며 유족은 모친 이길자 여사, 오빠 장병우 전 LG 오티스 대표와 언니 경자씨 등 4자매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9시. (02)2227-7550.

조용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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