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범석 "무대에서 '무대 밖의 나'를 보려고 해요"

입력 : 2009-05-08 10:45:39 수정 : 2009-05-08 10:45: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방송가에서도 끼·재능 드러낸 뮤지컬 스타
◇올 하반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중국 무대에 서는 서범석은 “한국 배우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라며 “그곳에서의 관객 반응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느릿하면서 정감어린 말투가 통했다. 뮤지컬계에선 굵직한 배우 서범석(39)이 방송가에서도 톡톡히 한몫을 해내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로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 그는 ‘예능계 늦둥이’로 방송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4일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 ‘뒤늦은 관심’에 흡족해했다. 그래도 무대 생활만 18년째다. 뒤늦게 찾아온 관심에 섭섭하지는 않을까.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 주교 프롤로 역을 통해서였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천천히 가는 게 좋다”는 그는 “50대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올라가는 것에 여유를 느끼게 된 건 탄탄히 쌓아온 지난날 덕분인지도 모른다. 특히 그의 노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연유로 성악과를 전공했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지만 실은 중앙대학교 산업정보학과를 졸업했다.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은 대학교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수학을 못했어요. 당연히 전공을 잘할 수 없었죠. 그러다 연기를 접했는데 평생토록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입대를 했는데 신문을 보니 94년부터 뮤지컬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제대한 날, 군복을 입고 한 극단을 찾아갔다. 맹훈련이 시작됐다. 지하 연습실에서 6개월 동안 춤만 췄다. 타이즈를 빨랫감으로 내놓으니 집안에서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 선배가 하는 컴퓨터 학원 에어컨이 너무 세서 입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렇게 뮤지컬 무대에 발을 들여놨지만 코러스 생활만 6∼7년 이어졌다. 조연조차 서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무대에서 한 곡조차도 소화할 수 없는 노래 실력 때문이란 걸 뒤늦게 알았단다.

“그때부터 춤에서 노래로 관심을 돌렸죠. 노래 연습할 데가 없어서 중고차 하나를 샀어요. 앞 유리창이 침범벅이 될 때까지 부르고 또 불렀죠.”

노래 실력을 인정받자 그의 관심은 창작 뮤지컬에 쏠렸다. “고른 쌀을 냄비에 담고 뜸을 들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는 말이 뒤따랐다. 그의 이력에 ‘블루사이공’ ‘위대한 캣츠비’ ‘미스터마우스’ ‘명성황후’ 등 창작 뮤지컬이 하나 둘 둥지를 텄다. 하지만 주류 무대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무대에서의 존재감에 대해 한창 고민할 때 만난 작품이 라이선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수상이었다. 그는 “프롤로가 준 선물”이라고 했다. 이어 다시 창작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매니저 박민수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치밀하게 계산된 설정이 많은 걸 가르쳐 줘요. 창작 뮤지컬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고요. 제 분량이 많은 것도 좋은 점 중 하나죠. 이젠 라이선스, 창작에 구분을 두지 않아요.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가죠. 하하.”

창작 뮤지컬이 베테랑인 그는 오랜 세월 작품을 하면서 흥행의 비결도 알게 됐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일단 원작에 충실한 뒤 춤·노래 등으로 볼거리에 힘을 싣는 게 정도란다.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지금, 그의 고민은 뭘까 궁금했다. “인생과의 호흡”이란 답이 돌아왔다.

“이제껏 작품만 보고 달려왔어요. 춤·노래·연기에 신경쓰느라 다른 데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죠. 작품과의 호흡에만 신경썼어요. 이젠 삶을 중심을 두려고요. 요즘엔 지난날을 되돌아봐요. 무대에서, 무대 밖에서 살아가는 저를 총체적으로 보려고요.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요.”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