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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수만 뽑아 매력 극대화 재미 푹~"

입력 : 2009-04-21 18:05:27 수정 : 2009-04-21 1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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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과 관객 사이]예고편 제작 전문 최승원·김기훈 감독
◇‘박쥐’ ‘마더’ 예고편을 제작한 ‘하하하필름프로덕션’ 멤버들. 왼쪽부터 최승원 감독, 신의철 조감독, 김기훈 감독이다.
이종덕 기자
영화 예고편 제작 전문업체 ‘하하하필름프로덕션’의 최승원(32) 감독과 김기훈(32) 감독은 요즘 앓던 이 하나가 쑥 빠진 기분이다. 지난해부터 매달려온 ‘박쥐’와 ‘마더’ 예고편을 최근 일단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박쥐’ 티저예고편(개봉 두달전쯤 공개되는 영화 첫 예고편)과 본 예고편(영화의 구체적 내용을 보여주는 최종 예고편)을 공개한 첫날 밀려드는 방문자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고 ‘마더’ 예고편 조회수는 37만회를 넘어섰으니 반응도 흡족한 편이다.

2006년 설립 이후 30여편의 영화 예고편을 제작했던 ‘하하하’가 올해도 ‘박쥐’ ‘마더’ ‘전우치’ 등 이른바 ‘빅3’ 영화를 맡게 되면서 스스로 가졌던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은 아주 잠깐의 쾌감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만큼의 부담감이 이들을 엄습했다. 무엇보다 행여 예고편이 거장들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사실 예고편 제작의 제1 원칙은 감독과의 거리두기이다. 최대한 영화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영화가 제대로 보이고 그런 이후에야 영화의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알릴 것인가에 관한 전략이 수립되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제작이 아닌 마케팅 차원에서 거론되고 조감독이 아닌 전문 대행사가 맡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승원 감독은 “예고편의 성패는 영화의 여러 요소 중 관객에게 가장 잘 팔릴 만한 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영화나 감독에 대한 감정이입은 예고편 감독에게는 최대 적인 셈이다. 하지만 최 감독과 김 감독이 각각 영화제작자와 감독 데뷔를 꿈꿔서일까. 영화와 거리두기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부터 깨졌다. 예고편 제작 과정은 그들 스스로 ‘교주’라 부를 정도로 존경해마지 않는 두 감독에 대한 상찬의 연속과 다름 없었다. “‘박쥐’를 보면 왜 박찬욱 감독이 ‘예술적 성취도와 상업적 완성도’를 두루 성취한 국보급 감독이라고 불리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최 감독) “어떤 흔한 소재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색다른 해석을 녹여내는 봉준호 감독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 감독이다.”(김 감독)

영화에 푹 빠지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대한 경계도 희미해졌다. 소재와 줄거리, 장르적 특성은 물론이고 할리우드가 투자할 만큼의 수작을 뽑아낸 감독과 배우까지 아우르고 싶었다. 영화에 대한 최초의 느낌과 기억, 영감은 반복해 볼수록 ‘정’으로 희석됐고 마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 감독은 “흰머리가 부쩍 늘 정도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던 몇 달이었다”면서 “같이 날밤을 새우면서도 두 감독의 짜증을 다 받아내야 했던 신의철 조감독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편집본과 씨름하다가 새우는 밤만큼 머리카락도 조금씩 세어갔고 사무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는 날만큼 꿈 속에서 주연배우들과 부딪히는 횟수도 늘었다.

그러다가 “예고편은 영화의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가장 평범한 진실 앞에 서게 된다. 예고편 본연의 임무는 영화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해당 작품의 핵심 요소와 제작자 의도를 가장 정확하고 정직하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 있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작품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갖지 않은 관객이 뜨악해 할 정도의 많은 것을 늘어놓으려 했던 게 아니었나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쥐’와 ‘마더’를 처음 접했을 때 적어놨던 메모를 들췄다. ‘박쥐’에 대한 관심은 ‘뱀파이어 치정멜로’라는 점에 쏠릴 수밖에 없고 ‘마더’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다소 신파적 내용에 대한 반전을 꾀하는 영화다. “‘박쥐’ 티저 예고편의 경우 뱀파이어가 된 신부 이야기가 관객에게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송강호가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과 이후 고뇌를 세밀하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본 예고편에서는 ‘치정멜로’라는 영화의 주요 흥행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또 ‘마더’ 티저는 시골 마을에서 엄마와 오붓하게 살고 있었던 아들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장면에서 일단락해 관객이 ‘엄마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변할 것인가’란 기대감을 갖도록 구성했죠.”

최 감독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영화판에 있던 선배의 요청으로 예고편 제작을 업으로 삼게 됐다. 영화의 정수를 뽑아 그 매력을 극대화하는 재미가 적잖았다. 1999년 외화 ‘러브레터’를 시작으로 ‘스캔들’ ‘가족’ ‘달콤한 인생’ ‘싸움의 기술’ ‘미녀는 괴로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쌍화점’ 등 주요 흥행작을 도맡으면서 ‘예고편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고생했다”는 감독들의 칭찬도, 편당 3000만~5000만원이라는 남들보다 좀 더 두둑한 돈봉투도 아니다.

“‘이 영화, 쩐다 쩔어’란 댓글을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철저히 나를 숨기는 대신 영화적 느낌은 고스란히 살렸다는 훈장처럼 느껴져요. 자괴감을 느낄 때요? 물론 ‘왜 이렇게 길어’란 댓글 볼 때죠.”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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