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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당신의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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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0 10:47:57 수정 : 2009-02-20 10: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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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추모기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나흘째인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의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조문객들이 추모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종덕 기자
“추기경님, 벌써 당신의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일 염습(殮襲·몸을 씻고 옷을 입힌 뒤 염포로 묶는 절차)과 입관(入棺) 예절을 마치고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이제 세상에서는 더 이상 김 추기경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입관으로 조문이 일시 중단됐지만 신자와 시민들은 성당 주변을 떠나지 않은 채 아쉬움을 달랬다.

염습과 입관은 성직자와 친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시종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가톨릭에서 염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토착화한 장례절차다. 절차는 가톨릭 봉사모임인 ‘연령회’가 주관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그 시신에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싸서 경건하게 무덤에 안장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같은 예를 갖추어 거룩한 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고인을 관에 넣습니다.”

장례지도사 4명이 물에 향나무를 넣은 ‘향물’을 부드러운 헝겊에 적셔 추기경 몸을 정성껏 씻었다. 이어 하얀색 제의가 입혀졌다.

염습이 끝나자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입관이 시작됐다. 시신은 삼나무로 만든 소박한 관에 넣어졌다. 정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 가족 등이 분향을 하고 성수를 뿌렸다.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던 고요함은 유족과 신자들의 흐느낌으로 깨졌다. 김 추기경의 생종손(누나의 손자) 며느리(38)는 하염없이 오열했고, 종손(큰 형의 손녀)인 서인(5)양도 울음을 터뜨렸다.

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님이 천상에서도 주님의 자녀로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라고 염원하며 “당신 품에 받아들여 영원한 안식과 성인들과 함께 부활하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교구 사제 6명이 나와 관 뚜껑을 덮었다. 관 뚜껑에는 추기경의 분신과도 같은 문장(紋章)이 새겨졌다. 관의 크기는 일반적인 관보다 더 길게 230㎝로 제작됐다. 추기경이 주교관을 쓰는 점을 감안한 크기다. 장례위원회는 추기경이 장례 절차를 간소히 할 것을 당부한 뜻에 따라 부장품 없이 입관했다. 고위 성직자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하느님 품안에 ‘자연인 김수환’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리란 생각에서다.

주교관도 씌워지지 않았다. 김 추기경이 반평생 오른손 중지에 낀 반지와 주교 십자가 등도 마찬가지다. 김 추기경은 생전 기도할 때 쓰던 나무 묵주(구슬을 꿰어만든 것) 하나만 손에 쥔 채 하늘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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