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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대게잡는 권태훈 “그래도 바다로 나설때 흥분되지예”

입력 : 2009-02-05 16:51:42 수정 : 2009-02-05 16: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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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시간의 항해…거친 파도와 사투…
대게가 큰 게는 아니다. 대게는 ‘크다’(大)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竹)처럼 마디가 있고 길쭉하다는 의미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이름의 유래는 오래됐다. 조선 초기 조정 대신이 지금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죽도(竹島)에서 어부가 잡은 게를 보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월의 영덕 강구항. 국내 최대의 대게 집산지답게 만선의 어선들이 항구에 들어온다. 해마다 전국 대게 방출량의 90% 이상이 경북에서 경매로 이뤄지고, 강구항은 그 대표 지역이다. 어선마다 한창 살이 오른 대게들을 내려놓는다. 새벽 무렵 5일 만에 강구항으로 돌아온 태공호의 권태훈(39) 선장은 올해로 15년째 대게잡이 어선을 타고 있다.

“독도와 일본 중간 수역인 북위 37도, 동경 137도 부근에서 건져 올립니다. 중국인을 비롯해 선원은 모두 9명이지예. 대게는 12월부터 4월까지 잡고, 그 이후는 오징어를 건져 올립니다.”

대게잡이는 보통 11월부터 5월까지 이뤄진다. 조업 기간은 6개월에 가깝지만 어민들은 12월에야 조업에 나선다. 2월부터 4월 무렵에 잡히는 대게의 살이 유독 단단한 편이다. 이때가 대게잡이의 적기인 셈이다. 대게는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

“9㎝ 이상만 잡고, 작은 것들은 그물에서 떼어내 바다로 던집니다. 그 게들이 크면 그때 잡으면 되지예.”

수산자원보호령에 따라 이 기간에 몸통 지름 9㎝ 이상의 크기만 잡을 수 있다. 빵게(암컷 대게)는 포획 자체가 금지된 상태다.

태공호는 20시간 운항해 중간 수역으로 나가 작업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한번 출항하면 5박6일은 걸리니, 한 달에 4번 정도 출항한다. 육지에서 거주하는 시간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의 20%도 안 된다. 하루에 버금가는 시간을 헤치며 독도 주변 해역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게는 아직 양식이 안 되지예. 양식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섭씨 3도 이하의 200∼400m 모랫바닥이나 진흙이 있는 곳이 서식지이니 양식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가 독도 주변으로 출항하는 이유일 것이다. 독도 주변은 영덕, 울진 앞바다와 함께 대게 서식에 최적지로 꼽힌다. 그곳에서 그와 선원들은 매번 목숨을 내놓는 사투를 펼치면서도 희망을 담금질한다.

“기관장 등이 베테랑이지만 나갈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되지예. 20시간 가까이 공해상을 향해 가고 그곳에서 이틀 이상 풍랑과 마주치는 것은 매번 죽음과의 전쟁이지요. 그러나 대게를 잡으면서 늘 기쁨을 느끼지요.”

족히 4m는 넘는 집채만한 파도와 거센 풍랑을 마주치면 중국인 선원들은 겁부터 집어먹는다. 선원들을 달래면서 커피로 졸음을 피하는 게 그나마 낙이다. 권 선장이 빈 배로 항구로 돌아오는 때는 선원이 다치거나 고향에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는 위성전화를 받을 때뿐이다. 대게 전문가인 그에게 좋은 대게를 고르는 방법을 물었다.

“공짜로 가능합니까. 하하. 큰놈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에요. 큰 것은 허당이라고, 그런 게들은 다리에 물만 넘치는 ‘물게’일 가능성이 높답니더. 눌러봐서 물렁물렁한 것은 피하고, 단단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가 권하는 게는 바로 박달대게이다. 이번에 잡아온 대게 3000마리 중 20% 정도가 박달대게다. 28t의 선박이 건져 올린 어황으로는 괜찮다.

“경매시장에서 3000만원을 받았습니더. 설 명절 지나고 값이 많이 떨어졌어요. 살이 꽉 찬 박달대게가 많으면 값은 더 올라갑니다. 다음에는 더 잡아야 할 긴데, 이번 출항에서는 600마리 정도 잡았지예. 운 좋으면 1000마리의 박달대게를 잡기도 하지예.”

박달대게는 살이 박달나무처럼 야물게 꽉 들어찼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경매장에서 영덕의 박달대게를 표시하는 빨간 리본을 다느라 어민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리본에는 ‘사랑해요 영덕’이라 글귀가 있어, 소비자들이 영덕을 믿고 먹을 수 있다. 권 선장은 “동해바다로 나설 때마다 흥분에 휩싸인다”며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한 대게를 보다 많은 소비자가 접하게 하는 게 꿈”이라고 경매장을 지켜본다.

영덕=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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