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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철거농성장 경찰 진압…최소 4명 사망

입력 : 2009-01-20 12:39:30 수정 : 2009-01-20 12: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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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경찰 등 17명 부상, 인근 병원서 치료

도심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최소 4명의 철거민이 사망하고 철거민과 경찰 등 17명이 부상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짜리 건물에서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4명이 발생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자 한 농성 철거민이 안에 사람이 있다며 울부짖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이주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연합>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2분쯤 기중기를 이용, 경찰특공대원들을 태운 10t짜리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진압 시작 40여분 뒤인 7시24분쯤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면서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대량으로 준비한 시너에 불이 한꺼번에 옮겨붙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배모(39)씨는 “망루 안쪽에 작은 불꽃이 한두 차례 있다가 꺼지고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큰 불꽃이 망루 전체로 확 피어올랐다, 시너같은 인화물질에 옮겨붙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망루 부근에서 철거민으로 보이는 시신 4구가 발견돼 수습하고 있으며 한명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위독했는데 병원으로 후송한 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부상자도 속출하면서 20일 오전 10시 현재 철거민과 경찰 등 17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이송된 철거민 중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중상자도 포함돼 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 수십명은 19일 오전 5시부터 이 건물을 점거하고 “강제철거를 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철거하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농성을 벌여왔다.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은 2006년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 30일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지난해 7월 16일부터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됐다. 총 5만3441㎡(1만6166평) 규모의 대지에 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이 합작해 4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6개동을 짓는 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터전을 잃게 된 상가·주택 세입자들은 지난해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용산구청과 시행사 등을 상대로 보상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한편 이날 진압작전으로 한강대로를 지나는 차량을 용산역 앞으로 우회시키면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져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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