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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진입…어떻게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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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06 19:19:40 수정 : 2008-10-06 19: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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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전용차로를 영업용 택시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버스전용차로에 택시도 들어오도록 하자는 의원입법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택시 수송분담률이 버스와 맞먹을 정도로 높아진 만큼 택시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택시가 진입하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전용차로가 무용지물로 변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본다.

한산한 시간에만 허용 등 탄력적 운영 필요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버스전용차로는 혼잡한 대도시의 간선도로에서 차량의 이동개념보다는 이동의 주체가 되는 사람의 이동을 고려한 정책으로, 많은 승객이 타는 버스에 전용차로를 부여해 우선권을 주는 정책이다. 외국의 유사정책으로는 미국의 HOV(high occupancy vehicle·다인승 차량)차선, 호주의 트랜싯 레인(Transit lane), 유럽에 도입된 버스·택시 전용차로 등이 있다.

외국의 경우 한 도시 내에서 교통상황에 따라 버스 온리 레인(Bus Only Lane), 버스 택시 레인(Bus Taxi Lane), 버스 택시 카풀 레인(Bus Taxi Carpool Lane)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버스 교통량이 1차선을 전용으로 부여받을 만큼 많을 경우에는 버스전용차로를 부여하고, 버스 교통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택시나 카풀차량의 이용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즉 버스전용차로를 부여함으로써 피해를 받는 잔여 차로 이용 차량의 피해를 최소화해 최적의 상태로 도로 공간을 운영하는 개념이 된다.

우리나라도 버스의 이용대수가 많은 경우에는 버스전용차로로 운영하고, 버스대수가 충분치 않아 전용차로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경우에는 택시나 카풀차량의 이용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불법 이용 차량이 과다할 것으로 예상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법이긴 하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HOV 차선을 불법으로 이용하면 경찰이 단속해 매우 높은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

물론 버스대수가 충분히 많지 않더라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기 위한 교통수요관리 정책으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할 수는 있으나 도로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이용객 증가효과 적고 교통흐름만 방해 우려

박진영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전국의 택시 등록대수는 1990년 15만6000대에서 1995년 20만6000대, 2006년 24만9000대로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택시의 수송 실적은 1995년 대당 1일 65.5인을 운송하다가 2005년에는 대당 1일 42.5인을 운송하고 있다. 95년을 기준으로 할 때 공급은 19.7% 증가했지만 수요는 35% 준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택시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에 관한 주장도 택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이용 수요를 늘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경우 몇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우선 도시 내 교통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버스전용차로는 외국처럼 장애물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구분돼 있는 게 아니라 차선 및 차로 색상으로만 구분돼 있다. 버스는 일정 노선을 정해 놓고 정류장 사이를 운행하므로 버스전용차로를 벗어났다가 복귀하는 빈도가 낮은데, 택시는 승객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양하므로 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하다가도 승하차를 위해 버스전용차로를 벗어나서 운행해야 하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으로 인해 이용수요 증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와 도시 통행속도 감소와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할 때 긍정 효과가 더 클지 의문이다. 현재 택시업계의 수입 감소 원인은 택시의 통행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게 아니라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자가용 승용차 보유대수가 계속 늘고 있으며, 렌터카나 대리운전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해 택시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

박진영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약자인 택시 보호 위해 공동이용 고려해볼 만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시민 스스로 자가용 이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택시도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준대중교통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버스전용차로의 택시 허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버스와 택시는 서로 경쟁적이기보다 서로 상호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버스만으로는 자가용 운행에 관성화된 우리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없다. 보다 ‘개인화된’ 대중교통이 필요하다. 택시가 바로 그것이다. 택시 1대는 자가용 10대의 도심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택시가 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는 중앙차로라는 데 다소 문제가 있다. 택시 승하차 전후에 버스중앙차로로 재진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요 구간의 버스중앙전용차로는 고속의 버스 운행을 위한 BRT(Bus Rapid Transit)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노선은 마치 전차가 달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기 힘들 것 같다.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외국에선 버스전용차로를 택시와 공동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버스의 고속 운행을 보장하는 BRT 전용차로에서는 택시 진입을 불허한다.

따라서 먼저 도시 전체의 버스 노선 기능을 구분하고 BRT 노선 이외의 노선에서 택시 진입 허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노선을 공유한다는 것은 강자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스는 물리적으로 택시보다 강자이다. 버스는 택시를 보호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해 자가용 운행에 맞서 경쟁해야 할 것이다.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택시 운행대수 감축 등 구조조정이 더 시급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

택시가 위기에 처해 있다. 경영도 어렵고 노동자도 어렵다. 승객도 위험과 불만을 호소한다. 올해 초에는 물과 기름 같던 택시 노·사와 개인택시가 모두 손을 잡고 ‘택시살리기 전국연대’를 결성해 한목소리로 택시를 살려내라고 외치고 있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도 요구한다. 상시적인 교통난 속에서 택시의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일부 선진국 도시의 전용차로에는 택시가 통행한다. 급할 때 타는 경우가 많은 시민들도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택시를 위기에서 구할 수는 없다. 먼저 택시 운행대수를 줄여야 한다. 택시시장의 적정 규모를 초과해 너무 많이 운행된 탓에 수익률이 떨어져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다. 택시 당사자들도 택시 살리기의 제1과제로 구조조정을 들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를 비롯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적정 수로 감소하면 버스와 택시가 전용차로를 함께 이용해도 ‘전용차로가 오히려 완행차로, 사고 차로가 되고 만다’는 현재의 우려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변 전용차로에서는 지금도 택시의 승객 승하차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단계적인 공동 이용 방안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이보다는 자가용 교통의 감축과 불법 주정차 근절이 더 효과가 클 것이다. 교통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택시와 그 종사자들의 심각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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