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풀타임 블로거’의 길을 걷고 있는 김태우씨가 기업과 조직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설명한 자신의 책 ‘미코노미’를 배경으로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

3년도 지나지 않던 2007년 4월.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2.0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는 회사 삼성SDS마저 그만뒀다. 그리고 ‘풀타임 블로거(full-time blogger)’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또 다른 미래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풀타임 블로거’, ‘전업 블로거’ 등으로 불리는 그의 길을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호모 블로구스’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5000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하는 인기 블로그 ‘태우’s Log-web 2.0 and beyond’(twlog.net)와 영어 블로그 ‘테크노김치’를 포함해 5개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풀타임 블로거’ 김태우(30)씨의 얘기다.
블로고스피어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블로거의 미래를 조망하는 그는 미국 코넬대 컴퓨터과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인재이다. 지난 1월10일 오전, 경기도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국내 첫 전업 블로거’라 불리던데. 하지만 놀면서 블로깅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명칭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전업 블로거라고 하면 전업으로 블로깅하면서 돈을 버는 것일 텐데, 나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탐구형 블로거이다. 공부하고 글쓰고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인맥 형성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사람들이 연상하는 전업 블로거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굳이 쓴다면 풀타임 블로거가 맞을 것이다. 항상 블로깅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활동이 블로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직업으로 보면 프리랜서에 가깝다.”
―굳이 잘나가는 회사까지 그만둘 필요가 있었는지.
“회사 내 관계도 좋았고 일도 재미있었다. 회사 내 위치도 좋았다. 하지만 평소 탐구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해 회사를 다니면서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학비 안 내고 배우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부수적으로 경제적 기회는 만들어진 것 같다. 강의를 한다든지, 책을 낸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용산고 1학년이던 1995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밥 존스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 코넬대 컴퓨터과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삼성SDS에서 근무해 왔다.
―공부를 잘했나. 컴퓨터과학은 어떻게 공부하게 됐나.
“한국에서 과학고를 준비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대체 에너지, 입자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공대생의 30%가 컴퓨터학과 전공일 정도로 닷컴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컴퓨터를 공부하게 됐다. 하지만 컴퓨터는 예체능과 비슷해 천재들이 많았다. 대학 들어올 때 이미 프로그램 경력 15년차이거나 진짜로 해킹하다가 FBI에 다녀오는 경우가 있을 만큼 편차가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삼성SDS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병역특례로 들어가게 됐다. 미국에서 국내 사정을 알아보는 게 힘들었지만 기적같이 공석이 생기면서 들어올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분산처리 서비스, 웹 서비스를 했다.”
김씨는 회사에 다니던 2004년 9월 정리 차원에서 블로깅을 시작했고, 이 같은 블로깅은 그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 인터뷰를 보니, 첫 블로깅의 감격을 잊지 못하는 것 같던데.
“넓은 세상에 발을 처음 내디뎠을 때 그 느낌. 댓글 처음 달릴 때도 설레고. 정리공간으로 생각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교류가 늘어나고, 점점 사랑을 받았다. 웹2.0을 공부하고 알리다 보니 마치 웹2.0 선구자처럼 돼 버렸다. 해외 블로거나 해외 뉴스 채널에서 정보를 구했다.”
―결국 2007년 4월 회사를 그만뒀는데.
“웹2.0에 대한 꿈이 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도 참여하고 싶었다. 자기 돈으로 갈 수 있었지만 독특한 방법으로 하고 싶었다. 블로그 정신을 살려서 활동과 관련한 모든 프로세스를 시민과 함께하고 싶고 남기고 싶어 기획서 같은 것을 올렸다. 입소문이 되면서 배너가 생기고 후원을 받아 갔다. 숙소를 제공해 준 사람도 있고 운전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다리를 놔줘서 만날 수 없는 사람도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김씨는 콘퍼런스에서 ‘롱테일(long tail) 법칙’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슨을 만나기도 했다. 롱테일 법칙이란 발생 확률이 낮고 혹은 발생량이 적은 부분이 인터넷과 새 기술 발달로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콘퍼런스에서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을 만났는데.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한두 번 더 썼다. 댓글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내용을 바꾼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댓글을 단 대니가 바로 나다. 결국 앤더슨이 만나자고 하더라. 1시간반 정도 얘기했다.”
―그와 무엇을 얘기했는가.
“왜 만나주냐고 하니까, ‘블로거니까 만난다’고 했다. ‘죄송한 얘기이지만 기자였으면 안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블로거를 만나면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앤더슨도 유명인사이지만 대화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도쿄 등에서 열린 웹2.0 콘퍼런스에 3차례나 더 다녀왔다. 2007년 6월부터는 ‘테크노김치’라는 영어 블로그도 운영하며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영어 블로그 운영 3개월 만에 CNN과 인터뷰를 가졌다.
―CNN과 인터뷰는 어떻게 이뤄졌나.
“크리스트 루시하우스가 인터뷰를 했다. 한국이 디지털에서 세계 최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물었다. 3, 4분 정도 인터뷰했다. 정부의 역할, 기업의 능동적 움직임, 한국인들의 디지털 마인드 등 배경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미코노미’라는 책도 최근 냈다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산업사회에서는 공급과 생산은 기업, 전문가 등 특정계급만 해왔다. 매스미디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터넷, 특히 웹2.0을 통해서 개인 스스로가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다. 매스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도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개인 중심의 경제가 가능하게 된 것을 설명한 것이다.”
김씨는 요즘에도 하루 3, 4시간 정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물론 블로깅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책을 읽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하루 모두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풀타임 블로거’다.
―호모 블로구스로서 생존이 가능한가.
“모든 사람은 블로깅을 한다. 다만 내 케이스가 독특하기 때문에 궁금해할 것이다. 현재 내가 버는 돈이 이전의 봉급보다 많다 적다 말하기는 어렵다. 첫째는 계산을 안 한다.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다. 그걸 계산하면 얽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구하는 방향이 공부하고 블로그를 하고 콘퍼런스에 가고 그 정도 액수는 되는 것 같다.”
―풀타임 블로거로 동기 부여가 어렵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후배가 하고 싶다고 하면 독한 사람 아니라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어젠다를 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늦게 잔다. 그 대신 낮 12시에 일어나면 폐인이 될 것 같아서 무리해서 오전 7시에는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일어나면 감이 안 잡힐 때가 많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까? 정서적으로도 외롭다. 회사 다닐 때에는 옆에만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전혀 없다 보니 정서적으로 허전했다. 그래서 번개해서 점심 먹고 한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8년 11월22일 서울 출생
●1995년 미국 밥존스 아카데미 전학
●미국 코넬대 컴퓨터과학 학사, 석사 졸업
●삼성SDS 근무(2003∼2007년4월)
●2004년 9월부터 블로그 운영
●2007년 웹2.0 국제콘퍼런스 4회 참석, CNN 인터뷰 등
●저서 ‘미코노미’(2008년)
김태우가 제시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는 Tip
1. 자기 자신이 되어라
2. 진실하라
3. 열정적으로 하라
4. 관계에 충실하라
5.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라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