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 책 추천·해결점 함께 고민.. 매일매일 책 한권씩 읽고 리뷰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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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문화 현장에서는 블로그 등에 독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언어로 책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북로거(Booklogger)’들이 각광받고 있다. ‘북코치’라는 자신만의 직업을 주창하고 있는 ‘북로거’ 권윤구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검정 재킷에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신문사에 나타났다. 큰 안경 너머 눈동자가 유달리 빛난다. 자신을 “청각형 인간이 아니라 독서형 인간”으로 분류했다. 사전에도 없는 직업인 ‘북코치(book coach)’라는 명함을 가진 권윤구(35)씨를 지난 12월20일 세계일보 5층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그는 소위 ‘북로거(Booklogger)’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서평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블로그에 독자 눈높이에서 그들의 언어로 책을 평가하는 사람, 북로거. 블로그와 블로고스피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형인 셈이다.
―북코치는 처음 듣는 직업 같은데, 이와 유사한 직업이 있는가.
“아이들을 위한 독서지도사 정도가 비슷하겠다. 다만 성인을 위한 것은 없는 상태다. 코칭은 특정 상황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으로 그를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다. 북코치라 하면 특정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같이 읽고 얘기하면서 문제 해결을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다. 어디에서 유래됐나.
“직장을 그만둔 뒤 책만 읽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코칭팀에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웠던 코칭을 독서와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만든 것이 북코치다.”
197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권씨는 2003년 한국리더십센터 코칭팀에 입사, ‘강사를 관리하고 수강생을 접수’하는 등 교육과 워크숍 진행업무를 맡으며 1년 정도 근무한 뒤 2004년 7월 그만뒀다.
책읽기를 너무 좋아했던 권씨는 회사를 그만둔 뒤 교보문고의 권경현 회장이 주도하는 독서모임 ‘미래창조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이 즈음 독서의 실용적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책이고 독서인가.
“나는 들어서 아는 스타일이 아니고 책을 통해서 짜맞춰 보며 배우는 스타일이다.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이미 동시대 또는 선대의 누군가 고민했던 문제라 생각한다. 직장을 그만둔 뒤 책을 읽으면서 ‘책도 실용적일 수 있구나’를 알게 됐다. 책을 통해 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 방식으로 다른 사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권씨는 이후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북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2004년 10월부터는 자신이 읽은 책 목록과 리뷰를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북리뷰의 원칙이나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기존 서평은 제3자의 입장에서 리뷰하는 것이 많다. 그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를 생각한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이것을 배웠다’ 등을 솔직히 드러낸다. ”
시간이 흐르면서 리뷰 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메일링 대상도 늘었고 북리뷰 메일링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는 그래서 블로그와 카페를 오픈했다.
―2005년 5월 블로그와 카페를 개설했는데.
“과거 북리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등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성이 커졌다. 카페를 먼저 오픈했고 곧이어 블로그를 오픈했다. 카페도 카테고리 분류가 편해서 카페 형식만 빌렸을 뿐 실제로는 블로그처럼 운영했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됐는가.
“블로그는 북카페를 개설하면서 같이 했다. 다만 처음에는 신변잡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할까’ 생각하고 관련 책을 읽었다. 공부해 보니 ‘원 테마(one thema), 원 블로그(one blog)’가 좋겠다고 생각, 북리뷰만 전문으로 쓰게 된 것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블로그는 트랙백(trackback)과 이웃블로그 등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고, 24시간 모든 이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사교적이지 않다. 모임에 나가서 ‘누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는 얘기를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블로그를 하면 이력서 등을 낼 필요가 없다. 블로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그것을 알릴 수 있는 도구가 블로그 아닌가 생각한다. 굳이 마케팅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부탁하는 사람은 나를 이미 다 읽고 의뢰하는 것이다.”
그는 이후 블로그와 카페에 북리뷰를 꾸준히 올렸다. 물론 북리뷰 메일링도 계속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 출연과 칼럼 연재 등이 쇄도했다. 블로깅은 그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이끈 셈이다.
―블로그는 당신의 인생을 바꾸었나.
“한때 출판사 기획위원을 하기도 했고 방송 출연, 기고, 강연 등을 하기도 했다. 직장 다닐 때 월급 이상의 돈을 번다. 특히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권씨는 요즘 한 달에 120권 안팎의 책 가운데 30권을 고른 뒤 매일 책 1권을 읽고 리뷰를 쓴다. 여러 출판사에서 그에게 매달 보내주는 책만도 100여권. 최근에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주식 등 투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블로그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 같은 세계적인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피해 경험 때문에 기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비행기가 추락하더라도 뭔가를 기록하려 애쓴다고 한다. 블로그는 기록문학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스팸, 광고 등이 넘쳐나고 있다. 블로그에 미래는 있는가.
“블로그가 없어진다고 해서 뭔가 쓰고 싶어하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블로그는 인간의 이 같은 욕구를 실현해 준 재미있는 도구다. 인간은 블로그를 통해 소통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 자기만의 매체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특별기획 취재팀= 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프로필
●1973년 경북 안동 출생
●2000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2003년 한국리더십센터 입사(코칭팀 근무)
●2004년 7월 퇴사
●2004년 10월 북리뷰 메일링서비스 시작
●2005년 5월 블로그, 카페 등 개설. ‘북코치’ 활동 본격화
●현재 ‘bookcoach.tistory.com’(블로그), ‘cafe.naver.com/bookcoach.cafe’(카페) 등 운영
권윤구가 제시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는 Tip
1.1테마, 1블로그(one thema, one blog) 원칙을 지켜라. 주제를 흩트리면 안 된다
2. 자신만의 콘텐츠 플로(Contents Flow)를 가져라
3. 광고(수익)를 너무 의식하지 마라. 본말전도는 금물
4.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라
5. 블로그에 올인하지 마라. 개인, 직업, 생활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하라
●1973년 경북 안동 출생
●2000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2003년 한국리더십센터 입사(코칭팀 근무)
●2004년 7월 퇴사
●2004년 10월 북리뷰 메일링서비스 시작
●2005년 5월 블로그, 카페 등 개설. ‘북코치’ 활동 본격화
●현재 ‘bookcoach.tistory.com’(블로그), ‘cafe.naver.com/bookcoach.cafe’(카페) 등 운영
권윤구가 제시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는 Tip
1.1테마, 1블로그(one thema, one blog) 원칙을 지켜라. 주제를 흩트리면 안 된다
2. 자신만의 콘텐츠 플로(Contents Flow)를 가져라
3. 광고(수익)를 너무 의식하지 마라. 본말전도는 금물
4.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라
5. 블로그에 올인하지 마라. 개인, 직업, 생활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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