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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삶나의건강]양만석 대주회계법인 고문 "마라톤은 육체를, 노래는 마음을 튼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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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11-26 08:16:26 수정 : 2007-11-26 08: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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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마라톤과 노래야. 마라톤이 몸을 튼튼히 한다면, 노래는 마음을 기쁘게 해요.”
지난 4월16일 마라토너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풀코스(42.195㎞)를 소화한 양만석(71) 대주회계법인 고문. 부부 마라토너이기도 한 양 고문과 부인 김정자(66)씨를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만났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자택을 찾아나선 지 30여분. 양 고문은 골목 어귀까지 나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자를 발견하고는 껄껄 웃었다.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헬스클럽에서 10㎞씩 뛰고, 오후엔 부인과 등산을 한다. 일요일이면 고양시 호수공원을 찾아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호수 주위를 또 뛴다. 틈틈이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만 벌써 36번. 내달 18일엔 15시간 내에 100㎞를 주파해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신청서를 넣어뒀다. ‘대체 일은 언제 하실까….’
“뛰어보고 힘들면 관두지 뭐, 허허허.”
웃음이 한없이 너그러운 70대 어르신께서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이유를 들어봤다.
양 고문은 1990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하고, 고려투신운용 사장을 거쳐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면서 수십년 동안 키 172㎝에 체중 85㎏을 유지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해 회식 자리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치의격인 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가 양 고문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내렸다. 신체 기능의 전체 수치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각종 성인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살 빼기 싫으면 자살하시라”고 말했다. 의료시설을 감안할 때 최소한 100세까지는 침대에서 자식들 눈치보며 연명해야 하는데 죽는 게 낫지 않냐는 의미였다. 수십년을 알고 지내온 유 교수였지만 그런 표현은 처음이었다.
양 고문은 ‘살을 빼면 건강을 보증하겠다’는 유 교수의 간곡한 부탁에 사표 쓸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이때가 2001년 6월. 양 고문은 한 달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아침식사로 과일과 채소, 점심·저녁의 밥 한 공기와 죽 한 그릇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각종 차로 허기를 다스리며). 한 달 만에 5㎏을 감량했고 4개월이 지난 뒤 9㎏이 빠졌다.
양 고문이 마라톤에 입문한 것도 우연이다. 2001년 11월, 75㎏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던 양 고문에게 감사업체였던 ㈜영국전자의 김배훈 사장이 마라톤을 권했다.
“에이, 싫다고 했어. 더운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뛰는 사람들 보면 저거 왜 하나 싶었거든.”
양 고문은 정중히 사양했지만, 며칠 뒤 김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의도에서 출발하는 마라톤이 있는데 3만원 내고 ‘10㎞코스’에 신청해놨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양 고문이 안 올까봐 가족까지 데려오는 배수진을 쳤다.
“감사하는 회사 사장님한테 막 얘기할 수도 없고….”
반강제로 출전한 마라톤에서 양 고문은 뜻밖에도 소질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헉헉거리는데 난 힘든 걸 못 느꼈어. 주변에서 잘 뛴 거라고 띄워 주고, 아 그게 기분이 좋더라고. 허허허.”
◇양만석 대주회계법인 고문이 지난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뒤 받은 기념품.

양 고문은 돌아오던 길에 ‘고양시 마라톤클럽 회원모집’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보고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5개월 뒤 마라톤에 입문한 부인 김씨도 60대 참가자 중 1위를 2번이나 차지할 만큼 실력자.
‘하프’를 뛰어봐도 숨이 가쁘거나 무릎이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한 양 고문은 마라토너들이 그렇듯 욕심이 생겼다. 풀코스 도전이다. 불안한 마음에 운동기능검사를 받았다. 합격. 마라톤 마니아로 유명한 정형외과 원장을 찾아 한번 더 검진을 받고 참가를 결정했다.
그렇게 작년 3월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참가한 양 고문은 4시간31분58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보스턴마라톤대회 출전자격(70대 기준)을 1분58초 넘어선 기록이지만, 주최 측이 눈감아줬다고 한다.
양 고문은 앞으로 1년에 풀코스 두 번(국내외 한 번씩)만 참가하고, 나머지는 하프만 뛸 계획이라고 했다. 풀코스를 한 번 뛰면 쉬어야 될 기간이 많고, 전체 운동 시간이 월평균 130㎞ 정도 줄어든다는 회계사 특유의 계산이 한참 이어졌다(기자는 솔직히 잠시 눈이 풀릴 뻔했다).
마라톤을 즐기는 동안 양 고문의 체중은 66㎏ 선으로 줄었다. 신체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성인병은 남의 얘기가 됐다. 20㎏이나 줄어든 탓에 못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지만, 양 고문은 마냥 즐겁다.
양 고문 부부는 작년 함께 작사한 곡들을 모아 결혼 40주년 및 고희 기념 음반도 내놓았다. 앨범 타이틀은 ‘인생은 마라톤’. 2001년부터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곡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노래가 어느덧 마라톤 관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각종 마라톤 행사에 단골로 초대된다. 다음주는 천안, 그 다음은 경남의 어디…. 타이틀곡 ‘인생은 마라톤’이 국내 마라톤대회뿐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는 양 고문. 이미 서강대 영문과 교수에게 부탁해 2곡을 영역해 둔 상태다. 부부가 마라톤을 즐기고, 음반을 제작하면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모습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잔디밭에 누울라치면 하늘과 나무밖에는 안 보이는 자택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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