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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명예 훼손될라" 해결은 뒷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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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3-07 15:58:00 수정 : 2007-03-07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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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지면 수사기관·동문 인맥 동원해 덮기 바빠
가해학생 징계요구에 학교장 "내 재량…상관 말라"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선도해야 할 학교가 울타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폭력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고, 학교폭력 자율 해결 취지로 2004년 8월 도입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은폐를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의 문제 해결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외부에 알려지는 건 막아라’ 학교는 구경꾼=2005년 10월 불량서클 학생들에게 집단폭행당한 뒤 자살한 이혜선양 사건. 이양의 친구들은 가해 학생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려 했지만 한 학교는 “진정하면 괜히 학교만 시끄러워진다”고 막았고, 다른 학교는 학생 500명이 서명한 진정서를 빼앗아 태워버렸다.

지난해 9월 일진회 가입 권유 ‘단합식’에서 서영교(가명)군이 폭행당해 숨진 뒤 이 학교 교장은 서군과 함께 폭행당한 학생들에게 자장면을 사준 뒤 “언론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서군 노제에 참석하지 말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과잉행동장애 탓에 급우들에게 따돌림과 폭행을 당한 김모군(중3)의 부모는 지난해 8월 학교 측에 외부 전문가가 진행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 측은 합리적인 해결에 앞서 은폐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학교의 은폐 시도에는 ‘학교 명예가 훼손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사기관, 동창회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십분 활용된다.
지방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하다. 혜선양 아버지 이길수씨는 “전문상담기관에서 지역의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받고 서울의 변호사에게 의뢰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05년 10월 교실에서 급우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홍성인(당시 14살)군의 아버지 홍권식(49)씨가 지난달 16일 부산 모 중학교 앞에서 “학교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치위원회, 학교폭력 은폐의 수단으로 전락=지난해 9월 경남의 한 고교에 다니던 김모, 박모군이 방과후 싸워 김군이 안구함몰 등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다. 박군은 폭행 이전에도 1년6개월간 김군을 괴롭혔고, 1심 법원은 박군에게 보호조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 징계를 요구하자 학교 측은 “징계는 교장 재량이고 소송 중이라 징계할 수 없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자치위가 사건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 자치위엔 학부모나 외부 민간위원을 위촉하도록 돼 있지만 구성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고, 교장은 자치위의 위원장을 맡고 위촉권도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 탓에 교장은 자치위 개최를 꺼리게 되고, 개최해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자치위는 교장이 학교폭력 은폐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거세다.
신순갑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정책위원장은 “자치위에 가보니 경찰·변호사 대신 부인들이 대리 참석하더라”며 “자치위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면 교장의 거수기 역할 외엔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는 교장을 엄중문책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징계는 7건이었다.
◆상담 가능한 교사 절대 부족=학교폭력 상담 등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도 크게 부족하다. 교원 양성과정에서 생활지도 과목은 교대는 필수 2학점, 사대는 선택 2∼3학점에 불과해 위기 개입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형사정책연구원이 교사와 가해·피해 학부모, 학생 등 491명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당사자들은 학교의 위기 개입 능력에 대해 7점 척도에 평균 3.2점의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또 자치위원회 실행을 위한 매뉴얼이 구비돼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사는 54%였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28.8%), ‘모른다’(16.8%)고 답했다.
특히 학교폭력 관련 연수를 받은 교사는 7.2%에 불과했고, 처리 매뉴얼이라도 접했다(9.6%)를 포함해도 16.2%의 교사만이 학교폭력 처리를 아는 수준이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김형구·우한울·나기천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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