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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00년사 산증인 故김화집옹 지도자상 제정

입력 : 2006-12-30 15:35:00 수정 : 2006-12-30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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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女축구 불모지 개척 ''외길'' 2002년 3월 초순이었다. 세계일보와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주최한 제50회 대통령배남녀축구대회 여자부 경기가 쌀쌀한 날씨 속에 효창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때 두터운 외투로 무장한 채 언제나 가장 먼저 나타나 경기를 마지막까지 관전하고 간 당시 93세의 원로축구인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난 7월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여자축구 사랑의 화신’ 김화집옹(사진)이었다. 그는 1949년 중앙여고 교사 때 국내 최초로 여자 축구팀을 창단하고 여자 대회를 개최하는 등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여자축구발전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
‘표사유피 인사유명 (豹死留皮 人死留名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 했던가. 그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으나 2006년 끝자락에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이의수)이 그의 여자축구발전에 쏟은 공을 기리기 위해 시즌 최우수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김화집상’을 제정한 것. 지난 28일 ‘2006여자 축구인의 밤’ 행사에서 고등부 5관왕으로 이끈 최인철 위례정산고 감독이 처음으로 김화집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반대 학부모들도 예찬론자로= 그는 중앙여고 재직 시 유교적 풍습에 억눌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심신을 활달하게 만들기 위해 여학생들에게 축구를 시켰다. 교무주임을 거쳐 교무부장직으로 있던 1946년. 당시 황신덕 교장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 뒤 과외 활동으로 축구부를 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황 교장은 먼저 학부모들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축구부 창설에 착수하면서 서울 시내의 여학교에 동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정인창 무학여중 교사와 함께 여학생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구를 하겠다는 희망자의 학부모회를 소집했더니 무조건 반대였다. “시아버지 밥상을 발길로 차버리게 할 것이냐”는 극단론까지 펴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저 선생 안되겠다”며 황 교장에게 파면을 건의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반대하는 부모들을 다시 찾아다녔다.
이후 여학생들이 즐겁게 플레이하면서 전 경기를 소화해내는 것을 지켜보고는 반대했던 학부모들이 축구 예찬론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팀이 닻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학생 선수’가 되기보다는 ‘선수 학생’이 되라= 제1회 김화집상을 받은 최인철 감독은 “고인의 업적과 여자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특히 최 감독은 고 김화집옹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이 헛발질할 때마다 벤치를 찾아 “이같이 말씀하셨다”며 “고인의 지도력뿐만 아니라 발자취를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줘 한국 여자축구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또 위례정산고 출신으로 한국여자축구 최연소 국가대표인 지소연(15)은 “세밀한 기술 등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으로 받돋움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 피스퀸컵 개최소식에 감격= 그는 2003년 대륙별 남자축구 클럽대항전인 피스컵코리아 국제축구대회 동안 여자대회 개최를 위해 여기저기 발벗고 뛰어다녔다.
당시 국내 여자축구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에 밑돌긴 했지만 세계적인 팀들과 대결하다 보면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집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이 세계 강호로 발돋움한 북한 등을 꺾고 우승할 당시 “이젠 한국 여자축구도 경쟁력을 갖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끝내 경기를 지켜보지 못했지만, 지난 10월 28일 세계 8개국팀이 참가해 월드컵·올림픽과 더불어 ‘빅3’로 불린 ‘2006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 개최 소식을 접한 뒤 “이젠 한국이 세계 여자 축구 중심에서 여자 축구를 통해 진정한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장이 됐다”고 감격해 했다.

강용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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