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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파워7’ 심재명의 초인적 성공신화

입력 : 2006-08-30 11:15:00 수정 : 2006-08-30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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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명 MK픽처스 영화제작부문 대표 사무실에는 유난히 ‘소머즈(197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TV시리즈 주인공, 린제이 와그너가 소머즈 역할을 맡았다)’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제 영어 이름이 제이미인데 연출부가 선물해줬다”며 웃는 심재명 대표의 이미지는 어딘가 모르게 초인적 힘을 지닌 바이오닉 인간 제이미 소머즈와 겹쳐진다. 또 소머즈 옆에는 원더우먼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심 대표는 충무로에 가장 먼저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영화마케터 1세대로 통하는 인물이다. 전문 홍보기획사 명기획과 기획 영화의 산실이었던 명필름, 그리고 강제규필름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MK픽처스까지. 영화마케터로서, 프로듀서로, 또 제작자로 한국영화계에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심 대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안녕, 형아’에 이어 최근 ‘아이스케키’를 선보인 MK픽처스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족영화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초등학교 딸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빼고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영화가 거의 없어 안타까웠다”며 “왜 우리나라에는 아이들과 자신 있게 볼 영화가 없는지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안녕, 형아

‘안녕, 형아’는 심 대표의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첫 가족영화. ‘안녕, 형아’는 관객 120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겨 가족영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고, 주인공 박지빈에게는 제1회 뉴몬트리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심 대표는 “현재 전국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지역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극장 환경 자체가 바뀌었고, 새로운 관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이제는 가족영화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어린이를 포함한 10대들이 한국 영화를 많이 관람하고 있다. 한국의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잘만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심 대표는 투자에 있어서는 신중론을 펼쳤다. 한국에서 아직 가족영화 시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영화는 기존 성인용 상업영화와 비교해 제작비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
아이스케키

전제 제작영화의 20%가량은 가족영화로 채울 계획이라는 MK픽처스는 현재 그 일환으로 현재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중이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아직 제작비를 건진 영화가 거의 없을 만큼 흥행 가능성이 적은 분야.
하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 부재, 충무로와의 네트워킹 단절, 배급의 어려움”으로 흥행 실패를 분석하고 있는 심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한데 시나리오 분야는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MK픽처스는 실사영화를 제작해봤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나 만들어내는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본다. 직접 배급일도 하고 있어 극장잡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다”며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했다.
황용희 기자
hee7@sportsworldi.com



●심재명 대표 인생스토리
광고 카피라이터 꿈꾸다 기획영화의 대가가 되다




1987년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심재명 대표의 꿈은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광고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거든요.”
평소 영화를 좋아했다는 심 대표는 본인의 최종 목표와는 조금 달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영화 광고 카피라이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1988년 영화계에 입문, 합동영화사에서 영화홍보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심 대표는 2년 반 동안 합동영화사에 근무하면서 영화 홍보와 마케팅에 대해 배워나갔다.
이후 직장을 합동영화사에서 극동스크린으로 옮기면서 홍보가 아닌 기획을 시작했다. 당시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그가 기획을 맡은 작품은 김호선 감독의 ‘사의 찬미’였다.
그러던 1992년 심 대표는 독립을 결심했다. 그리곤 국내 영화에 있어서 가장 먼저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전문 홍보기획사를 설립했다. 바로 ‘명기획’이었다.
명기획은 당시 영화 홍보를 비롯 기획을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영화 기획·홍보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그대안의 블루’ ‘그여자 그남자’ ‘결혼이야기’ ‘세상밖으로’ ‘게임의 법칙’ ‘닥터봉’ 등 심 대표가 직접 기획했거나 홍보를 맡은 영화들은 헤아릴수 없다.
1994년 이은(현 MK픽처스 대표) 감독과 결혼에 골인한 심 대표는 다음해인 1995년 명필름을 창립했다.
첫 제작 영화인 ‘코르셋’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좌절감도 맛봤지만 곧 ‘접속’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명필름은 충무로에서 ‘기획 영화의 교과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은 감독과 명필름을 같이 만들고 ‘코르셋’을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의 마케팅 경험과 이은 감독님의 독립영화 제작 경험이 합쳐지면 안될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장편 상업영화는 독립영화와는 많이 달랐어요. 파이낸싱이 잘 안돼 금전적인 어려움도 컸어요.”
이후 그는 남편인 이은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비롯해 ‘조용한 가족’(98년) ‘해피엔드’(99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섬’(2000년)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 ‘버스, 정류장’(2001년) ‘YMCA야구단’(2002년) ‘후 아유’(2002년) ‘바람난 가족’(2003년) 등을 연거푸 제작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국제영화제 수상과 해외 수출 등으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2001년에는 권위 있는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에서 ‘주목할 만한 10인의 제작자’에 선정되는가 하면, 홍콩경제전문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에도 같은 해 ‘아시아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올 초 영화 주간지 ‘씨네21’이 창간 11주년을 맞아 영화계 인사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영화계 파워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형식 파괴·발상의 전환… 새 영화 ''구미호 가족''
뮤지컬 영화·구미호 이미지 뒤집기로 추석흥행 도전



심재명 대표가 이번 추석 시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구미호 가족’(이형곤 감독·사진)이다.
‘구미호 가족’은 “소재와 형식이 새롭고 차별화 안되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기획된 영화로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에 이은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노래가 8곡 들어가는 뮤지컬 영화라는 것.
심 대표는 “아이템은 3년 전부터 잡았는데 당시에는 공연예술계가 활성화되지 않아 영화화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지금은 뮤지컬에 대한 젊은 관객의 선호도가 높아 시기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형식의 변화를 꾀한다면, 톱스타 캐스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흥행 영화를 보면, 톱스타들이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 심 대표는 “상업 영화에서 톱스타는 강력한 무기이긴 하지만, 톱스타보다는 관객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배우가 중요하다”고 평했다.
그래서 ‘구미호 가족’에는 주현, 박준규 등 연기력이 검증된 기성 스타와 박시연, 하정우 등 새로운 스타가 대거 포진했다.
‘구미호 가족’은 기존 구미호의 이미지를 뒤집는 발상으로 재미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다소 어리버리한 구미호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 서커스를 펼치다, 오히려 험난한 인간 세상에 휘말려 고생하는 스토리로 ‘순풍산부인과’의 정현진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시나리오다.
심 대표는 “이 영화가 엽기·잔혹 혼성 장르로 젊은 관객에게 크게 어필, 추석 시즌의 흥행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독특한 소재와 형식이 한국의 영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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