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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분의 마법'' 전차군단 깨다

입력 : 2006-07-06 16:56:00 수정 : 2006-07-06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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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2분이 감격과 통한의 눈물을 갈랐다.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연장까지 가는 120분의 혈투 끝에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2골을 몰아쳐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렸다.
이탈리아는 5일 독일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강전에서 연장 후반 14분 터진 파비오 그로소의 극적인 결승골과 1분 뒤 이어진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추가골로 독일을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탈리아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24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연장 후반이 끝나갈 무렵까지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승부차기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때 이탈리아의 수비수 그로소가 공격에 가담해 일을 냈다. 동료 안드레아 피를로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드리블하다 오른쪽으로 찔러주자 그로소가 이를 받아 몸을 틀어 왼발슛을 날렸다. 이 터닝슛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독일의 특급 수문장 옌스 레만이 손을 뻗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레만의 거미손을 피해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흔든 것. 수만명의 독일 홈팬들을 침묵으로 몰아넣은 한 방이었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다급해진 독일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오히려 이탈리아의 역습에 말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독일 오프사이드 라인에 있던 델피에로를 겨냥해 전진패스를 했다. 델피에로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문전으로 대시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그림같은 오른발 인사이드슛으로 네트를 출렁이게 했다. 전차군단을 녹다운시킨 델피에로의 추가골로 이탈리아가 감격에 젖은 순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창과 방패의 대결은 결국 방패의 승리로 끝이 난 셈이다. 8강까지 11골을 터뜨린 전차군단의 막강 화력도 그동안 1점만 내준 이탈리아의 끈적끈적한 빗장수비를 뚫지 못했다. 전반에 유효슈팅이 없었던 독일은 후반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다비트 오동코어를 투입해 선제골을 노렸으나 굳게 걸어잠근 이탈리아의 빗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연장에 돌입하자 승부차기로 가면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탈리아가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연장 전반 2분 질라르디노가 골문 왼쪽에서 찬 왼발 터닝슛이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고, 1분 뒤 잔루카 참브로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쏜 중거리슛도 크로스바를 때렸다. 골대를 맞히면 패한다는 속설이 현실로 드러날까 우려하는 순간 막판 결승골이 터지며 어두운 먹구름이 걷혔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골대 징크스’와 함께 ‘개최국 징크스’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이탈리아는 1998년 프랑스와 8강전, 2002년 한국과 16강전 등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개최국을 만나 모두 패했다. 반면 개최국은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새로운 개최국 징크스를 만들어냈다. 2002년 공동개최국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된 데 이어 독일도 4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박호근 기자 root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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