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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총각 24% 외국인신부…국제결혼 허와 실

입력 : 2006-02-01 09:24:00 수정 : 2006-02-01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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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해 부족''이 결혼생활 최대 걸림돌 국제결혼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과거 자식의 외국인 짝에게 고개를 가로젓는 완고한 부모가 많았지만 이젠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하지만 어두운 측면도 많다. 국적의 장벽을 넘고서도 상호 이해의 벽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파탄을 맞는 쌍이 많다. 또 무자격 알선업체가 난립하고 국내 입국 수단으로 위장결혼이 성행하기도 한다. 인프라가 부실한 것이다. 국제결혼의 실태와 문제점, 본보기 사례 등을 집중 점검한다.
국제결혼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농촌 총각과 외국 여성의 결혼 알선 업체가 본격 등장한 1990년대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은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지의 여성을 국내로 들여와 농촌 노총각 등에게 결혼을 주선했다. 국제결혼이 기업화의 물결을 탄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나섰다.
관련 당국에 따르면 95년 이후 2004년까지 10년 동안 2만9620명의 외국 여성이 국내 농어촌에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입 여성 수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2004년에 결혼한 농촌 총각은 4명 중 1명꼴로 국제결혼을 택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각종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서는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알선 사기극의 희생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장벽은 높다=국제결혼의 부작용은 대부분 몇 푼의 비용만으로 원만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리라고 낙관하는 당사자들의 오판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국제결혼 부부들은 상호 이해 부족을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특히 언어와 문화, 사고방식 등의 틈새를 메우기 쉽지 않다는 귀띔이 많다. 해외영업컨설팅업체 참스마트 대표이사 이참(52·기아자동차고문)씨는 31일 “못사는 나라의 여성을 수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국제결혼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이한우’에서 개명해 ‘독일 이씨’의 시조격인 그는 “정상적인 결혼은 인생의 동반자를 맞이하는 것인데, 잠자리를 같이하고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베트남이나 필리핀 여성을 찾으면서도 그 사람의 문화·사회적 정체성, 개인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문제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97년 귀화한 미국계 하일(47·로버트 할리·방송인·전북외국인학교 이사장)씨는 “상대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부부싸움을 하면 아내가 며칠 동안 말을 안 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의사소통이나 문화적 격차는 그 어느 국제결혼 부부에게도 주요 변수다. 전북 정읍에서 17년 동안 농촌을 지키고 있는 고토 도시코(後藤敏子·46)씨는 “시어머니의 사투리가 워낙 심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말수가 매우 적어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는 그는 7개월 된 아이에게 시어머니가 밥을 씹어 입에 넣어주고 라면을 물에 대충 씻어 먹이는 모습에 기절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지자체의 노력=국제결혼에서 지자체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경남도는 농촌 미혼남성 혼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도내 20개 시·군에서 결혼이 성사된 농촌 총각에게 결혼자금을 6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경북 예천군은 지난해 1인당 500만원을 지원해 16명의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직접 알선했다.
그러나 상당수 지자체에서 벌이는 결혼사업은 주먹구구식인 데다 신청자도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전남 담양군은 2003년 군수 공약사업으로 농촌총각 해외 장가 보내기 사업을 추진했으나 신청자가 적어 포기했다. 전남 보성군도 2000년 이 사업을 벌이다 효과가 미미해 중단했다.
모범사례도 없지 않다. 지난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주선한 베트남 여성과 전북 지역 농촌 총각 6쌍은 국제결혼의 좋은 모델로 꼽히고 있다. 농민회는 현지에서 직접 면담하고 부채·건강 문제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선발했다. 베트남 무역투자진흥원이 신붓감 선발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규섭(39·농업·익산시)·팜티꾸(21)씨 부부 등 6쌍은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해 베트남 음식을 나눠 먹는다.
전북농민회 박귀열 사무처장은 “국제결혼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외국인 여성을 가족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맞이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선업체의 허실=국제결혼업체들의 역할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업체의 난립 등 부실한 여건은 부작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등록업체 600여곳을 비롯해 모두 1300여곳에 이른다.
물을 흐리는 것은 일부 부실업체다. 오로지 이득만을 노려 걸맞지 않은 짝을 연결짓기 일쑤다. 아예 사기행각을 일삼는 업체도 한둘 아니다. 인터넷 관련 사이트는 피해자들의 하소연과 울분으로 가득한 게 현실이다.
인터웨딩의 전현웅 대리는 “국제결혼을 하려면 반드시 업체를 방문해 회사의 규모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저렴한 업체나 사업자 없이 알선하는 업체는 무조건 피하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전주·의정부=
전상후·박찬준·신상득 기자
skyland@segye.com


◇이참·하일·김린씨가 추천하는 성공적인 국제가정 꾸리기 10대 조건

1. 결혼 전에 남편(아내)의 나라를 배우는 준비 작업이 있어야 한다.

2. 서로 양보하라.

3. 남편(부인)이 좋아(싫어)하는 것을 같이 좋아(싫어)하라

4. 잔소리도 사랑이다.

5. 상대방의 언어나 문화를 배우는 노력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6.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7. 대화를 나눠라.

8. 부부싸움 해결의 열쇠는 주로 남편에게 있다.

9. 외국인 아내는 10년 이상 돌봐야 할 딸이라고 생각하라.

10.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편(아내)의 성장 과정을 충분히 아는 것이다.





"결혼 초 눈물짓던 일도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아직 멀었습니다. 시어머니로부터 인정받는 며느리가 되려면 더욱 노력해야죠.”
강원 삼척의 오지 마을인 하장면 중봉리. 1995년 한 종교단체의 소개로 이곳에 시집온 일본인 쓰지 히로에(42)씨. 그는 분명 외국인이면서도 주위로부터 외국인 며느리 같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고랭지 배추 농사로 살아가면서 암투병 중인 시아버지(70)와 시어머니(66)를 정성껏 모시고 시작은아버지(66)까지 함께 생활하면서도 얼굴에는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일에 시아버지 간병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여섯살배기 외동딸 영희의 재롱을 보노라면 하루 종일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 식구들 몰래 많이 울었어요.”
쓰지씨는 1995년 금형회사에 다니는 남편 남수용(40)씨와 서울에서 신혼 살림을 차렸다.
그러나 IMF 당시 남편 회사가 부도 나면서 서울 생활을 접고 시부모가 사는 이곳으로 이사해 농사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봄 시아버지가 암에 걸려 자리에 눕자 시어머니와 함께 병구완을 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3000여평의 배추 농사가 시작되는 봄철이면 동네 아주머니와 용역회사 인부들의 점심과 새참을 만들어 내느라 고향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시어머니 최금자씨는 이런 며느리가 고맙고 기특하기만 하다. 최씨는 “집안 살림에 운전까지 잘하는 며느리가 최고”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쓰지씨도 외국인이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김치를 담그는 시어머니를 도우려고 부엌으로 갔는데 ‘도울 일 없다’며 들어가 쉬라고 했어요. 이 말을 진짜로 믿었다가 나중에 혼쭐난 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련한 추억이지요.”
쓰지씨의 결혼 생활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1월 재일유관순열사정신선양회가 추천하는 참가정상을 받았다. 쓰지씨는 “아직도 배울 게 많다”며 “시어머니로부터 많을 것을 배워 당당한 며느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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