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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대신 자유” 곳곳 시위… 中 ‘백지 혁명’으로 번지나

입력 : 2022-11-28 18:49:26 수정 : 2022-11-28 2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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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코로나 정책에 분노 확산
주요 도시서 동시다발 격렬 시위
톈안먼 사태 후 전국단위 처음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분노하는 중국 민중의 동시다발적 시위가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연일 발생하는 이례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래 첫 전국 단위 시위로 발전하고 있는 이번 사태에 시민들이 당국의 검열·통제에 저항하는 의미로 흰색 종이를 들고 나오고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서 소위 ‘백지(白紙)혁명’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백지 종이 들고… 중국 베이징에서 27일 벌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항의 시위에서 한 시민이 ‘11월24일 사망한 우루무치 동포를 추모한다’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당시 코로나19 봉쇄를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인해 화재 진압, 인명 구조가 늦어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인의 분노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수도 베이징에서는 27일 오후 10시쯤 외국 공관이 집중된 차오양(朝陽)구 량마차오(亮馬橋) 인근에 백지를 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희생자를 추모한 뒤 공안이 주변을 봉쇄하자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라거나 “문화혁명 대신 정치개혁”,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지난달 13일 베이징 시내에 내걸렸던 시 주석 비난 현수막의 내용이다. 공안은 자정이 지나 시위대를 연행하기 시작해 28일 오전 3시30분쯤 시위대를 해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의 강압적 일당 독재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에서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시위가 진행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베이징에서는 앞서 26일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淸華大)를 비롯해 차오양구 등지에서 봉쇄 중단과 자유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제수도 상하이에서도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시위가 벌어져 참가자가 공안에 연행됐다. 남부 연안 경제 중심 광저우, 코로나19의 진원으로 지목된 내륙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중화민국 시절 정치 중심지인 화둥(華東) 지역의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서남 지역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 여러 곳에서 항의 시위가 열렸고, 홍콩과 대만에서도 연대 집회가 벌어졌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를 들고 28일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AP뉴시스

28일 항의 현장에는 사람 왕래가 드물고 곳곳에 대형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고 일본 NHK 방송이 전했다.

 

26일 밤 상하이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기자가 현지 공안에 몇 시간 동안 붙잡혀 구타당하다 풀려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BBC는 “BBC 소속 에드 로런스 기자가 상하이에서 취재 도중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됐다”며 “석방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다. 공안이 로런스 기자를 손발로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등의 동영상에는 로런스 기자가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바닥에 넘어져 있고, 공안 4∼5명이 그를 끌어내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BBC는 기자가 풀려난 후 “중국 당국자가 시위대에게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로런스 기자의 안전을 위해 연행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신뢰할 만한 해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안에 강제연행되는 참가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화재사고 추모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 공안이 참가자를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27일 공개됐다. 상하이에서는 24일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사고 당시 코로나19 봉쇄를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인해 화재진압, 인명구조가 늦어지면서 10명이 숨졌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기자증을 자발적으로 제출하지도 않았다”며 “외신 취재진은 중국에 있는 동안 중국 법률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최근 많은 오피니언 리더와 홍색(紅色) 인사들이 방역 정책에 반대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반골적인 공개 질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검문소를 뚫고 탈출하거나 집회와 시위 등 위법의 위험을 무릅쓰고 절망과 좌절을 표출하는 등 대중의 불만은 보기 드문 저항을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카타르 월드컵 대회 중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방영하지 않는 등 검열 강화에 돌입했다.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노마스크 응원을 하는 등 세계의 실상을 확인한 중국인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월드컵 공식 중계화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들의 모습이 나올때 중국중앙(CC)TV(아래)는 선수나 코치 등을 내보내고 있다. 트위터 제공

◆中, 시위 참가자 잇단 연행… 월드컵 중계 다시 검열 강화

 

28일 중국중앙(CC)TV와 트위터 등에 따르면 CCTV는 월드컵 호주-튀니지전(26일), 일본-코스타리카전(27일)을 중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환호하며 응원하는 관중을 클로즈업한 화면 대신 선수나 코치 등 경기장 화면으로 바꿔 내보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등이 중계한 같은 장면에서는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관중들이 자유롭게 경기를 관람하는 월드컵 중계가 언제, 어디서 봉쇄와 격리 조치를 당할지 모르는 중국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셈이다.

 

앞서 월드컵 개막식 다음 날인 22일 한 중국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별에 사는 게 맞느냐”는 항의 글이 급속히 퍼져 10만 조회수를 기록한 뒤 삭제됐다.

 

명보는 “월드컵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중국 인터넷에서 방역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빠르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최근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로 코로나를 유지해야 하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가 열리고 있는 도하 등 여러 도시의 경기장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는 각국 팬들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시 주석 3연임을 위한 통제 강화를 위해 전 주민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활용해왔다. 그러면서 봉쇄와 격리 등의 조치를 해야만 피해가 적다는 논리를 설파하며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다가 이번에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동안 중국에서 벌어진 시위는 대부분 지역적이고 범위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며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통일된 저항의 표시”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당국의 방역 정책을 옹호하며 대응에 나섰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 내 시위 확산에 대해 “중국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 상황에 맞춰 계속 방역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영도가 있고, 전체 중국 인민의 협력과 지지가 있기에 중국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 주석과 측근으로만 구성된 최고지도부가 최초의 정치적 시험대에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시 주석과 공산당은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보는 “현재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봉쇄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오랫동안 쌓였지만 배출할 곳이 없던 분노가 올겨울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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