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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공산당 물러나라”…중국 변화의 바람? 아직은… [뉴스+]

관련이슈 이슈팀

입력 : 2022-11-28 16:00:00 수정 : 2022-11-28 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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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베이징·우한 등서 봉쇄 반대 외치며 거리로
베이징대·칭화대 등 50개 대학서도 수백여명 시위
월드컵 중계 보며 박탈감…“중국은 다른 행성인가”
전문가들 “당국 대응은 탄압…시진핑 위험 안느껴”

중국에서 코로나 봉쇄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인내심이 바닥난 주민들이 몰려나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공안이 시위대를 향한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곧바로 새로운 시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27일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를 들고 28일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AP뉴시스

◆“봉쇄 해제하라”…상하이 등에서 수천명 모여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백∼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우루무치 참사에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이다.

 

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위는 밤새 이어졌고,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 또 어느 순간 대규모 인원이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AP는 SNS에 올라온 시위 관련 영상들은 즉시 삭제됐지만,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희생자에 대해 헌화하고 ‘11월24일 우루무치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함께 촛불을 켜 놓았다고 전했다.

 

중국 민심에 불을 붙인 우루무치 화재는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였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아파트의 봉쇄를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하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26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난 24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시의 고층 아파트에 발생한 화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 화재로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신속한 진화와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이날 몇몇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우루무치는 위구르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평소에도 컸다고 볼 수 있지만, 시위는 비단 이곳에서만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의 핵심 지역인, 수도 베이징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방역 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거냐”라거나 “봉쇄를 결정한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주민들은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물러서지 않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고, 주민들은 이러한 결정을 반기며 서로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낸 뒤 스스로 해산했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를 들고 28일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베이징=AP뉴시스

외신에 따르면 간쑤성 란저우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스태프의 텐트를 뒤집고 PCR검사소를 부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졌다. 이밖에 우한, 청두, 난징, 광저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날 밤 시위가 벌어진 현장을 담았다고 밝힌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50개 대학서도 시위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서도 우루무치 희생자 추모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곳이라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이고, 칭화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다.

 

AP는 “SNS에 올라온 명단에 따르면 50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 베이징대 학생은 CNN에 “오늘 자정쯤 베이징대에서 약 100명의 학생이 ‘봉쇄에 노(NO), 자유에 예스(YES)라고 말하라’, ‘코로나 검사에 노, 음식에 예스라고 말하라’라는 구호가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벽 앞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보안 요원들이 이후 해당 시위 구호를 검정 페인트로 덮어버렸다고 전했다.

 

AFP는 이날 칭화대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목격자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에 “오전 11시30분 학생들이 구내식당 입구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며 “지금은 200명에서 300명 정도 있다. 우리는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PCR(유전자증폭) 검사 그만,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일이나 ‘제로 코로나’ 안 바뀔 듯”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의 큰 변화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했다. 아직까지는 이런 시위를 ‘찻잔속의 태풍’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 예일대 댄 매팅리 부교수는 로이터통신에 “현재 벌어지는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대응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한가지 대응은 탄압일 것이며 그들은 일부 시위자를 체포하고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지금의 혼란은 1989년 유혈 진압으로 끝난 톈안먼 광장 시위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심은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지도부에 분열이 없고 인민해방군과 안보 담당 기관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편인 한 시 주석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어떠한 의미 있는 위험에도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한 중국 누리꾼이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수신처로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열 가지 질문(十問)’이라는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글은 당국이 발표하는 불투명한 통계에 의혹을 제기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물었다.

지난 21~22일 잇달아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1000명을 넘기면서 '수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정오(현지시간)께 베이징 중심을 가로지르는 창안대로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특히 이 글의 작성자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들을 해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당 글은 몇 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그 며칠 후 중국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장기화한 봉쇄, 거주지 폐쇄와 같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외교협회(CFR) 황옌중 세계보건 선임연구원은 SCMP에 “지금 중국인들은 왜 자신들이 제로 코로나를 이행하느라 막대한 자원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 벌어지는 몇 건의 개별 시위들은 중국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대중의 압박이 정치·사회적 안정에 영향을 끼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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