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김진표 중립성 상실로 통과
갑질횡포 민주당의 억지 자해참사”
민주, 朴장관 해임 끝까지 관철 의지
“여권 탈출구는 자진사퇴뿐” 강조도
여야 충돌에 운영위 전체회의 불발
국정감사·예산안 등 차질 불가피
“정쟁 벗어나 민생부터 챙겨야” 지적
여야가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의 국회 통과 등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하면서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와 향후 예산안 심사 등에 여파가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야가 ‘닥치고 사퇴’, ‘무조건 비난’을 외치는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여야는 전날 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발의로 역공을 폈다. 김 의장이 본회의에서 편파적인 의사진행으로 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의결을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외교참사, 외교참사’ 이렇게 얘기하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외교참사가 아니라 민주당의 억지 자해참사”라며 “169석 다수의 갑질 횡포와 김 의장의 중립성 상실로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지만, 헌법상 국회의 해임 건의권 사문화와 대통령과 정부에 타격을 가하려는 민주당의 정략만 남았다”고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박 장관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를 맹폭하는 한편, 김 의장 사퇴 결의안 카드에 불을 붙이는 데 화력을 쏟아부었다. 박대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의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에 대해 “도덕도 양심도 실종된 자기 부정”이라며 “그 기준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외교장관들은 다 잘렸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최재형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미국 발언과 관련한 대처에서는 조금 홍보라인에서 엇갈리는 얘기도 나오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박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선 “정치적인 공세를 목적으로 한 거대 야당의 횡포”라고 질타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의장은 민주당 ‘폭주기관차’를 멈추기는커녕 편파적 의사진행으로 의회 폭거를 방조했다”고 일갈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김 의장이 있는 한 이 같은 혼란은 반복될 것이다”라면서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의 후속 조치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해임 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압박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감을 가중해 박 장관 해임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경고를 무시하고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을 묵살하면 외교 참사에 대한 국민 분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여권이) 이제 찾을 수 있는 탈출구라면 박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이번 논란에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 참모진 경질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야의 대치는 당장 이날 오전 개의 예정이었던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불발로 이어졌다. 운영위원장인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구로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여야 간사만 참석해 개의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관계자 등을 출석시키는 현안보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고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 상황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국정감사인데, 그게 내실 있게 잘 진행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게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야당 입장에선 계속 대통령의 결단과 사과를 요구하며 정쟁을 끌고 가는 한편,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려 할 것”이라며 “국정에 책임이 큰 정부·여당이 빨리 사과하고 민생 문제에 드라이브를 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