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양이 탐정’이 된 평범한 시민들…고양이 학대 추적 모임 ‘팀캣’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9-10 11:00:00 수정 : 2022-09-10 10:21: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A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평범한 20대 남성이었다. 밤이 되면 A씨는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길고양이를 잡아서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목을 조르고, 물고문을 시켰다. A씨는 이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그룹 채팅방에 공개하기까지 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적어도 고양이 7마리를 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탄 고양이 학대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팀캣(Team C.A.A.T)’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팀캣은 제보를 받은 뒤 A씨가 활동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잠입했다. A씨가 지속적으로 올리는 학대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탐문 끝에 A씨 거주 지역과 주소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지난 4월 11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고양이 학대 추적 모임 ‘팀캣(Team C.A.A.T)’. ‘팀캣’ 인스타그램 캡처

팀캣은 9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고양이 학대 추적 모임이다. 이들의 활약은 동탄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팀캣이 모인 계기는 올해 3월 경북 포항시에서 일어난 ‘폐양식장 고양이 살해 사건’이었다. 포항의 한 폐양식장에서 심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자, 이들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추적에 나섰다. 팀캣이 전달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찰은 30대 남성 B씨를 검거했다.

 

팀원 중 1명인 조수연(가명)씨는 “팀원이 모이게 된 경로를 명확하게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채팅방에 잠입하기 위해서는 신원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팀원이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에게도 팀캣 활동에 대해 일언반구도 꺼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팀캣이라는 단체의 목적은 확실한 증거를 수집해 학대범을 잡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물 학대 정황을 수집해 경찰을 찾아가도 “결정적 증거가 없다”,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사가 종결된 무수한 학대 사건을 보며 느낀 안타까움이 이들이 뭉친 계기가 됐다.

 

활동 초기에는 팀캣 팀원들이 주변에서 직접 듣거나 온라인을 통해 접한 사건을 중심으로 ‘개입’에 나섰다.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와 SNS에서 입소문이 돌면서 하루에 많으면 3건가량 제보도 들어온다. 올해 초 결성된 팀캣이 상반기에 개입한 사건만 16건이 넘는다.

 

다만 현재 팀캣은 제보 접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팀원 모두가 본업과 함께 팀캣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보니 당분간은 제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이미 신청받은 사건 10여건을 빨리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검찰에 송치된 ‘동탄 고양이 학대 사건’ 피의자 A씨가 포획한 길고양이들. ‘팀캣’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르는 고양이 학대에 대해 이들은 심각하게 우려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지난 2017년 400여건에서 2020년 1000여건으로 3년 새 150% 가까이 증가했다.

 

조씨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었겠지만, 지난해 ‘동물판 n번방’ 사건 이후 고양이를 학대하고 그 모습을 온라인상에 전시하면 환영하고 추앙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라며 “초등학생들에게까지도 이러한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학대를 적발해도 고의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실형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조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