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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총리 16명과 호흡 맞춘 英 여왕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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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9 02:43:15 수정 : 2022-09-09 0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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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처칠 시대에 즉위… 최근 트러스 임명
英 역사상 최장 기간 재위 및 최고 장수 '기록'
"英연방 정신적 지주로 국제사회 막대한 영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52년 즉위한 고인은 영국 역사상 제일 오랫동안 왕좌를 지키고 또 가장 장수한 국왕이란 기록을 남긴 채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했다. 영국의 새 국왕은 고인의 장남인 찰스 왕세자에게 계승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6일(현지시간) 여름 휴양지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의 방문을 기다리는 모습. 밸모럴=EPA연합뉴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6일 여름 휴양지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물러나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새로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 등을 잇따라 접견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건강이 악화했다. 이튿날인 7일 그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왕실 자문기관인 추밀원 회의를 취소하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이날 의료진은 “여왕의 건강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고, 찰스 왕세자 등 영국 왕실 일원들은 임종에 대비해 속속 밸모럴성에 모여들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26년 그때만 해도 영국 왕자이던 앨버트(훗날 조지 6세)와 평민 출신인 엘리자베스 보우스 라이언 사이에 장녀로 태어났다. 부친인 앨버트는 당시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차남으로 왕이 될 운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형인 에드워드 8세가 1936년 국왕 즉위 후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겠다며 왕위를 포기하면서 엉겁결에 영국 국가원수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은 영화 ‘킹스 스피치’(2011)에 잘 그려져 있다.

201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오른쪽)이 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지 6세는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反)독일 연합국의 핵심인 영국을 이끌었다. 윈스턴 처칠 등 유능한 정치인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전쟁은 영국 승리로 끝났다. 공주이던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육군에 운전병으로 입대해 승전에 기여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한국에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조지 6세는 폐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에 장녀인 엘리자베스 2세가 26세의 젊은 나이에 영국 국왕으로 즉위했다.

 

그 시절 영국 총리는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보수당)이었다. 1955년 처칠이 물러나고 앤서니 이든(보수당)이 후임자가 되었을 때 여왕은 즉위 후 처음으로 총리 임명권을 행사했다. 이후 해럴드 맥밀런(보수당·1957∼1963), 알렉산더 더글라스 흄(보수당·1963∼1964), 해럴드 윌슨(노동당·1964∼1970), 에드워드 히스(보수당·1940∼1974), 해럴드 윌슨(노동당·1974∼1976), 제임스 캘러헌(보수당·1976∼1979), 마거릿 대처(보수당·1979∼1990), 존 메이저(보수당·1990∼1997), 토니 블레어(노동당·1997∼2007), 고든 브라운(노동당·2007∼2010),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2010∼2016), 테리사 메이(보수당·2016∼2019), 보리스 존슨(보수당·2019∼2022)에 이어 이번에 트러스(보수당)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이 젊은 시절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만나는 모습. 게티이미지 제공

트러스는 여왕 입장에선 함께 호흡을 맞춘 16번째 총리에 해당한다. 해럴드 윌슨이 두 차례(1964∼1970, 1974∼1976) 총리직을 수행해 사람 수로만 따지면 15명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47년 결혼한 그리스 왕실 출신의 필립 마운트배튼(필립 공)과 3남1녀를 낳았다. 이듬해인 1948년 태어난 장남 찰스가 모친의 별세와 동시에 영국 왕위를 계승한다. 1921년생인 필립 공은 지난해 100회 생일을 앞두고 숙환으로 별세했다.

 

여왕은 영국은 물론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왕도 겸하고 있다. 비록 실권은 없으나 영연방(Commonwealth)의 정신적 지주로 국제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에는 한국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해 하회마을이 있는 경북 안동에서 73회 생일상을 대접받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오른쪽)이 지난 6월 즉위 70주년(플래티넘 주빌리) 기념행사 준비위원회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에 참석한 모습. 윈저=AFP연합뉴스

마침 올해는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비록 여왕은 건강 악화 탓에 대부분 행사에 불참했으나 영국인들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플래티넘 주빌리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모습을 보며 저는 깊은 감동을 받음과 동시에 한없이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비록 제가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제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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