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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K-콘텐츠 전성시대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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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30 23:13:15 수정 : 2022-08-30 2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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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안나 편집 논란’ 이어
영화계에선 역바이럴 의혹 제기
자본과 예술의 긴장관계 ‘파열음’
창작권 보호·관객 선택 존중해야

세계는 ‘K-콘텐츠앓이’ 중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대성공 후 넷플릭스를 위시한 세계 영화·드라마 플랫폼에서 우리나라 신작은 어지간하면 흥행 상위권으로 직행한다. 정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큰 감동과 깊은 성찰을 가져다 준 최근 흥행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이번달 넷플릭스 기준 세계 드라마 시청 순위 3위에 오른 상태다. 국가별로는 1등인 나라도 여럿이다.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은 물론 볼리비아, 페루 같은 먼 나라에서도 우영우 변호사한테 푹 빠졌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한국’ 자체가 흥행요소가 되면서 이전에 보기 드물었던 일도 벌어진다. 넷플릭스 새 인기 드라마 ‘파트너 트랙’이 그렇다. 미국 뉴욕 대형 로펌에서 성공가도를 질주하는 하버드대 출신 한국계 여성 변호사 ‘잉그리드 윤’이 주인공이다. 원작 소설은 다르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헬런 완’이 쓴 소설인 만큼 주인공도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진이 주인공 설정을 한국계로 바꾼 것이다. ‘K-콘텐츠’ 열풍의 영향권이 그만큼 광범위해진 결과로 읽혀진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1인치의 자막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영화 세계가 열린다”던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예언대로다. 세계는 ‘K-콘텐츠’라는 새로운 영상 세계를 만끽하고 있다. 국내 영상산업 역시 “만들어만 달라”고 줄 선 국내외 자본으로 문전성시다.

바야흐로 한국 영상산업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판인데 호사다마랄까 수상쩍은 징후도 포착된다. 자본과 예술의 긴장 관계가 요란한 파열음을 내는 한편 영화계에선 ‘역(逆)바이럴’이란 병폐가 거론되면서다.

그중 K-콘텐츠 신작으로 주목받았던 드라마 ‘안나’에서 벌어진 일은 심상찮다. 애초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면서 호평받은 수작이다. 그런데 이달 초 ‘안나’의 작가·연출이었던 이주영 감독이 오랜 속앓이 끝에 “애초 8부작으로 기획·편집된 작품을 쿠팡플레이 측이 일방적으로 6회차로 축소 편집했다”며 작품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해서 문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전후관계가 드러나면 가해자 측 사과로 바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합의된 편집’이었다는 쿠팡플레이 측 주장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이 감독 주장이 맞섰고 제작진 다수는 이 감독과 뜻을 같이했다. 이내 쿠팡플레이 측이 사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나, 다시 “그게 아니다” 식의 또 다른 진실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신예 이주영 감독이 무려 3년8개월에 걸쳐 극본까지 집필한 그야말로 젊은 창작자의 분신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도 쿠팡플레이 측은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작가·연출 뜻이 배제된 제작 의도와 편집이란 대체 무엇인가. 예술과 상품 사이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시도다.

올여름 기대작이었던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의 흥행부진도 심상치 않다. 배급전략 실패, 관람료 인상에 따른 넷플릭스 대비 극장 효용 감소 등 여러 원인 분석이 나오는데 ‘역바이럴’ 논란이 불거졌다. 흥행을 좌우하는 바이럴, 즉 ‘입소문’을 특히 개봉 첫 주에 만들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이미 과열 상태였는데 이번 성수기는 아예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경쟁작을 악평하는 ‘역바이럴’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특정작을 겨냥한 ‘역바이럴’이 실재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케팅이 과열됐다는 반성과 성찰이 영화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드라마가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고 수준의 평가를 해외에서 받고 있지만 정작 그 내실은 이처럼 약한 고리들로 이어져 있다. ‘미드’ 설정까지 바꿀 정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K-콘텐츠’ 전성시대가 짧게 끝나지 않으려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관객 선택을 오도하지 않고 존중한다는 원칙이 지금보다 더 굳건해져야 한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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