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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는 유럽의 강…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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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4 14:12:07 수정 : 2022-08-14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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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인 강 수위 저하에 수송 경제성 악화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량 줄여
이탈리아는 농업 피해 우려 커

유럽의 강이 말라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유난히 건조했던 겨울·봄을 지나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고 있는 탓에 유럽 대륙에 심각한 가뭄이 닥친 것이다. 유럽 서부, 중부, 남부에 거의 두 달간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앞으로도 당분간 비 소식이 없는 상황이라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가뭄이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에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지난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벨렌체에 있는 벨렌체 호수에서 거위 한 마리가 메마른 바닥에서 물을 찾고 있다. 벨렌체 AP=연합뉴스

이런 최악의 가뭄에 강이 마르면 유럽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독일 바지선 수송의 경제성이 악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이 제한되고 있고, 이탈리아는 강 부근 농사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 소속 안드레 토레티는 이번 유럽 가뭄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충분히 분석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500년 동안 가장 심각했던 가뭄은 2018년 가뭄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3개월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별다른 완화 조치가 없다면 가뭄 강도·빈도가 유럽 북부, 남부 모든 곳에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르는 강은 수송·발전·농업 등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적 피해를 키운다.

 

독일 연방수문학연구소(BfG)는 화물 수송, 관개, 제조, 식수로 쓰이는 라인 강 수위가 적어도 다음 주 초까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에흐쉬라두르에 있는 연못이 말라 있다. 에흐쉬라두르 AFP=연합뉴스

라인 강 수위 저하는 바지선 수송의 경제성을 떨어뜨린다. 발전용 석탄과 함께 철강업체 티센과 화학 대기업 BASF의 산업용 원료를 수송하는 바지선 상당수가 이미 약 25% 수준의 용량으로 운항해 운송비가 최대 5배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라인 강은 스위스에서 독일의 산업 중심지를 거쳐 로테르담 항구가 있는 북해까지 이른다. 

 

만약 라인 강의 바지선 운항이 전면 중단될 경우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심했던 2018년 6개월간 운항이 중단돼 약 50억유로(한화 약 6조7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다고 추산한다. 올해의 경우 라인 강 수위 저하로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0.2%p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대형 전력회사 EDF는 강 수위 저하로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에서 강은 전력의 70%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냉각수 방류 시 강 온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낮은 수위에 높은 온도로 강물이 이미 과열된 상황이라면 프랑스 원전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 상황이 고조되는 걸 고려해 프랑스 원자력 규제 기관은 최근 원전 5곳 대상으로 관련 규정 적용 예외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Po) 강도 유량이 기존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수위는 보통 때보다 낮은 2m 수준이다. 포 강 부근은 이탈리아 농업 생산의 30∼40%를 차지한다. 이 강의 유량이 떨어지면서 논이 마르고 바닷물까지 유입된 영향으로 농작물의 최대 60%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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