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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 이야기' 삽화 그린 프랑스 화가 장 자크 상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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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2 13:13:34 수정 : 2022-08-12 1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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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회 생일 엿새 앞두고 가족 곁에서 눈 감아
1959년 '꼬마 니콜라'로 일약 스타 작가 부상
2011년 부천만화대상 '해외작가상' 부문 받아

국내에서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소설 ‘좀머씨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프랑스 삽화가 장 자크 상페가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상페는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악동 캐릭터 ‘니콜라’를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저녁 별장에서 아내, 그리고 가까운 몇몇 친구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1932년 8월17일 태어난 고인은 마침 90회 생일을 엿새 앞두고 있었기에 지인들의 슬픔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프랑스 삽화가 장 자크 상페가 파리 시내에서 열린 아동도서 전시회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 전시회 알림판 속 캐릭터가 그가 그린 ‘꼬마 니콜라’다. 파리=AFP연합뉴스

프랑스 보르도 인근 페사크 출신인 고인은 원래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자신이 동경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데생에 빠져들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고인은 14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나이를 속여 군에 입대했다. 프랑스도 징병제를 시행하던 시절이었다. 제대 후 파리의 한 신문사에서 지면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1959년 3월 고인이 삽화를 그린 동화 ‘꼬마 니콜라’가 프랑스어권 국가인 벨기에의 한 신문에 연재되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교육청 장학사가 학교에 온 날 벌어지는 소동, 공놀이를 하다가 꽃병 깨뜨린 이야기 등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에피소드를 모은 이 동화는 특히 고인이 그린 사랑스러운 악동 니콜라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니콜라에 매료되면서 단행본 출간 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45개국에서 15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와 만화 연재물로도 각색됐다.

 

사실 고인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다. 양부모한테 학대를 받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훗날 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니콜라 이야기는 내가 성장하면서 견뎌온 비참함을 다시금 되짚어 보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불우하게 만든 어른들을 반면교사 삼아 ‘어린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생각하며 작품을 그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FP 통신도 부고 기사에서 “상페가 작품에서 보여준 다정함은 그가 어린 시절에 겪은 비참함과 극명히 대조된다”며 “세상에 대해 흥미롭고 때로는 신랄한 진실을 조롱하지 않고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삽화가로 크게 성공한 고인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1969), ‘속 깊은 이성 친구’(1991),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1995) 등 국내에도 번역·출간된 여러 편의 작품집을 발표했다. ‘렉스프레스’, ‘파리 마치’ 등 프랑스 유력 잡지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도 담당했다. 소설 ‘향수’로 유명한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에 들어간 삽화 또한 고인의 솜씨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으로 가서 잡지 ‘뉴요커’의 표지 작업을 맡은 고인이 뉴욕에 살며 느낀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뉴욕 스케치’(1989)와 ‘뉴욕의 상페’(2009) 역시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9년 프랑스 뤼에유-말메종의 한 전시회장에서 삽화가 장 자크 상페가 자신이 그린 작품 옆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뤼에유-말메종=AFP연합뉴스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이던 2009년 프랑스에선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벌어져 관련 전시회는 물론 영화 및 애니메이션 상영회 등이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가량 이어졌다. 한국의 대표적 만화 관련 행사인 부천국제만화축제는 2011년 고인에게 부천만화대상 해외작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고인의 타계 소식에 프랑스 문화계는 애도를 표했다. 리마 압둘 말락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상페는 더는 이곳에 없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하다”며 “다정함과 우아함, 장난스러움으로 그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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