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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압에 뚜껑 ‘뻥’… 폭우 때마다 사람 잡는 ‘맨홀 지뢰’

입력 : 2022-08-10 18:47:43 수정 : 2022-08-10 23: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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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하수용 46만367개 설치
집중호우 땐 역류하는 경우 빈번
사고 방지하는 장치 마땅히 없어

강남 실종자 중 男 숨진채 발견
수색·구조조차 쉽지 않은 상황
서울시 “스스로 보행 주의해야”

“불량맨홀부터 신속 재정비해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빌딩 인근 하수구에 지난 8일 밤 성인 남녀가 빠져 실종된 뒤 4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남매 사이로 당시 함께 길을 가던 중 폭우로 맨홀뚜껑이 열리면서 이곳에 빠져 급류에 휩쓸렸다. 이 같은 모습은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담겨 알려졌다.

소용돌이 아찔 지난 9일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날 침수된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하수가 역류하면서 배수구 강철 뚜껑이 유실된 곳이 다수 발생했다. 연합뉴스

강남구 대치역 인근에서는 9일 0시20분쯤 인도의 맨홀이 열리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주변이 캄캄하고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직접 공사장 주변에서 고깔 등을 가져와 맨홀 낙상사고를 막았다. 인근 맨홀 역시 비슷한 시각에 열려 한 시민은 쓰레기통을 옮겨 사람들의 낙상사고를 막았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설치된 맨홀은 총 62만4318개로 이중 46만367개가 상·하수용이다. 맨홀뚜껑에는 보통 잠금장치가 있지만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맨홀이 잠겨 있으면 물이 역류해 하수관로나 도로가 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구청 관계자들은 일부 구간의 잠금장치를 열어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중호우로 침수가 발생한 강남구 등은 맨홀을 열어놔 물이 빠져 나가도록 했다.

맨홀뚜껑을 잠가 놓는다 하더라도 물이 역류했을 때는 뚜껑이 쉽게 이탈할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시간당 50㎜의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40㎏ 맨홀뚜껑이 불과 41초 만에 이탈한다는 실험결과를 2014년 발표했다.

문제는 맨홀뚜껑이 지면을 이탈했을 때 낙상사고를 방지하는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 사람이나 차가 맨홀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빠지는 아찔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자치구는 집중호우 상황에서 인력부족 등 이유로 맨홀 일대를 관리할 대안이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 자치구 관계자는 “맨홀이 이탈했을 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력으로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맨홀 수가 너무 많고 집중호우 상황에서 그걸 다 통제할 수 없어 시민 스스로 보행에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맨홀은 낙상사고의 원인이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맨홀은 노후화 등 이유로 주변에 1㎝ 이상 단차가 발생하는 불량이 일어날 수 있다. 시는 올해 이런 불량맨홀을 약 64% 정비했고 내년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김형재 시의원은 “국기원 인근 경사도로 맨홀에서는 7~8차례 미끄럼 사고 민원이 접수됐다고 들었다”며 “이번처럼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맨홀 일대가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불량맨홀을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홀에 빠지면 실종자의 구조가 쉽지 않다. 지하관로로 휩쓸려 간 실종자의 위치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구 남매의 경우 소방당국은 인근 하천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하수도는 반포천까지 물길이 이어져 있어 소방당국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날 오전엔 특수구조대도 투입됐다. 서초경찰서, 서초구청 등 기관의 지원도 받아 수색이 진행 중이다. 서초소방서 관계자는 “하천으로 휩쓸려 갔을 것으로 보고 동작대교 등 한강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며 “맨홀 수색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19 특수구조대원 등이 폭우로 휩쓸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는 집중호우 전에는 대대적인 배수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맨홀을 배수량과 안전율을 산정해서 만드는데 끝까지 이 성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장마철에는 낙엽이나 쓰레기, 토사가 배수용량을 막지 않도록 맨홀 유지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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