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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복귀 이번주 전력 최대 고비… “블랙아웃 막자” 초비상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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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9 08:00:00 수정 : 2022-08-09 09: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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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전력수급 점검
무더위 장기화에 우려 고조
지난달 평균 최대전력 82.7GW ‘최고치’
전력예비율 7.2%까지 뚝… 3년 만에 최저
금주 공장들 재가동 96GW로 폭증 전망

“11년 전 大정전 재발 방지”
한전 비상상황실 24시간 모니터링
경보 발령 대비 유관기관 모의훈련
시운전 중 신한울 원전 활용계획도

국내 대응 체계 문제는 없나
산업부 “최대 9.2GW 예비자원 확보”
전문가들 “안정적 관리… 대란 없을 것
전력 공급망 확충·요금체계 정비 숙제”

지난 3일 오후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수요관리처 상황실. 이곳 한쪽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이 전국 전력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각종 수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전국 전력수요는 78.5GW(기가와트), 공급능력은 100.8GW였고 공급예비력은 22.3GW였다.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수요가 최대전력인데, 당일 전력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값이 공급예비력이다.

8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로비 모니터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고 산업 현장에선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는 인력이 늘면서 이번주가 올여름 전력수급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남정탁 기자

전력수요는 이날 최고치를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었다. 다만 공급예비율은 28.4%로 안정적이었다. 이 비율은 공급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눈 것으로, 10% 넘게 유지되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예상 최대수요(82.1GW)와 그 시점(18시)도 눈에 띄었다. 한전 관계자는 “휴가 기간이라 공장 조업률이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가정, 일반용의 경우 하루 일과 후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피크가 오후 6시쯤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가 기간이 지나 공장 등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번주 더운 날씨가 계속된다면 정부 예상처럼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 최대전력이 96GW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년 전 정전 사태 재발 우려

무더위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산업분야 등 전력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여름 11년 전 정전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82.7GW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엔 여유 전력 수준을 보여주는 공급예비율이 3년 만에 최저치(7.2%)로 떨어졌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전력 최대 수요 시기를 이번주(8월 둘째주)로 내다보면서 전력수요가 95.7GW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능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지난해 최대 수요 91.1GW보다 높은 수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단 티타임을 갖고 최단기 현안으로 전력수급을 꼽으며 “이번주가 피크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번주 (고비를) 잘 넘겨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서 열흘 넘게 열대야가 지속되는 등 전국에서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 최대전력은 언제든지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1년 9월15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오후 3시 초유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예고 없이 터진 정전은 5시간가량 이어졌고 피해 가구 수가 212만호에 달하는 등 전국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늦더위가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화근이었다. 정비를 이유로 전국 발전소 발전 용량이 11%가량 줄어들면서 폭염에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24시간 전력수급 상황 예의주시, 비상시엔 단계별 대응

전력수급 고비의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 등이 이 기간 전력수급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본사 지하 비상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며 전력수급 고비를 준비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비상상황실에선 전력수급뿐 아니라 전력계통의 고장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며 “전국 15개 지역본부에서도 비상시를 대비해 전력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가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운영하며 유사시 국무조정실과 산업부, 한전, 발전자회사 등에 경보를 발령한다. 지난 6월 전력거래소와 한전 등 유관기관은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수요 급증, 동해안 지역 산불에 의한 발전기 탈락을 가정한 경보 단계별 대응절차 모의 훈련에도 나섰다.

올해 전력수급 비상시 조치사항은 5단계로 나뉜다. 전력거래소는 공급예비력이 5.5GW 아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경보 ‘준비’를 발령한다. 비상수급대책본부 구성을 준비하고 절전을 홍보하는 단계다. 2013년 8월 이후 9년간 발령된 적은 없다. 이후 예비력이 1GW씩 내려갈 때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단계가 격상된다. 주의 단계에선 긴급절전 수요조정을 한다. 한전 요청 시 일정 수준 전력사용을 줄이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발전설비를 극한으로 운전하는 석탄발전 최대보증출력도 이뤄진다. 경계 단계에선 강제로 전력을 끊는 긴급 부하조정(순환정전) 시행을 예고한다. 심각 단계가 발령되면 일부 지역에서 긴급 부하조정을 한다. 2011년 정전 사태 당시 실시한 조치다.

이 밖에 정부는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안으로는 시운전 중인 신한울 원전1호기의 전력을 당겨 쓰는 대책 등을 계획 중이다. 수요 관리 측면에선 산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반응(DR)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DR 시장은 전력 수요가 높을 때 기업들이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전력거래소가 그 감축분만큼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산업부는 올여름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최대 9.2GW의 예비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안정적 대비… 공급력 확충, 전기요금 인상은 과제

전문가들은 여름철 전력대란을 준비하는 국내 대응 체계가 대체로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한다. 올여름 전력수급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선 공급과 수요의 정책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011년 순환정전 사태 이후 시스템의 문제로 정전이 발생한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10년 이상 대비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중에서도 정전이 어느 정도 일상화된 곳들이 있는데, 전력수급 문제가 생길지 유관기관이 상시 점검 회의를 하는 국내 상황이 낫다는 것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2011년 정전 뒤로 전력수급 대응이 더욱 체계화됐다”며 “적정 예비력 문제가 남아 있지만 모니터링 등 대비는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공급력 확충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원자력이든 신재생이든 새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 민원이 상당하다. 이 갈등 구조를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유 교수는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큰 태양광 전력의 보급량이 원전 용량과 비슷한 상황에서 유사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전기요금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박 교수는 “산업용, 일반용, 가정용 전기요금 모두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원가와 요금이 얼마고 회수가 몇 퍼센트 되고 있는지 자료를 공개해 적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곽은산 기자, 세종=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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