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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는 길조’ 황새, 예산에서 훨훨 날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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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3 14:00:00 수정 : 2022-07-23 22: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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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황새 예산황새공원에서 자연번식 성공/황새 먹이주이 체험장·습지 생물체험 인기/내포 보부상촌에선 전국 장터 오가던 보부상 문화 체험

 

예산황새공원 황새조형물

“선생님 저 큰 물고기 잡았어요.” 다섯살쯤 돼 보이는 꼬마가 뜰채를 번쩍 들어 올리자 친구들이 “와∼”하고 몰려든다. 길이가 3㎝도 안 되지만 아이들 눈에는 커다란 물고기인가 보다. 선생님이 “정말 크네”라며 칭찬하자 아이 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 작은 새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 백색소음 덕분에 예산황새공원 야외습지원에 오랜만에 생기 가득 퍼져 나간다.

 

예산황새공원 황새오픈장의 황새

◆황새 복원의 메카 예산황새공원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무리하다 보면 화를 당한다는 속담인데 실제 뱁새는 참새보다 좀 작고 황새는 몸길이 약 122㎝로 다리가 아주 길쭉하다. 백로, 왜가리, 두루미가 서로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황새는 몸 전체가 흰색이고 날개 끝이 검은색이다. 또 긴 부리가 검은색이나 붉은색이고 다리가 유난히 붉다. 소리로도 구분된다. 황새는 성대가 없기에 부리를 부딪쳐 ‘따다다닥’하는 소리를 낸다. 왜가리는 머리 뒤에 깃털이 꽁지머리처럼 달려 있다. 학으로 불리는 겨울철새 두루미는 날개 끝이 검은색이라 얼핏 보면 황새와 비슷하지만 정수리가 붉고 다리가 검정이다.

 

황새 조형물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희귀조류. 예로부터 황새가 번식하는 마을은 부촌이 된다고 전해질 정도로 텃새인 황새는 길조로 통했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밀렵, 농약 과다 사용 등으로 1971년 한반도에서 모두 사라졌고 러시아나 중국에서 겨울철에 내려오는 ‘철새 황새’만 남았다. 다행히 충남 예산군이 복원에 나서 2015년 9월 첫 야생방사에 성공했고 2016년부터 자연에서 번식하고 있다. 현재 황새들은 예산군 광시면, 대술면, 봉산면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돼 서식 중이며 북한, 중국, 일본까지 오가기도 한다.

 

예산황새공원 황새조형물

첫 방사된 황새 8마리가 자란 곳이 바로 광시면 시목대리길에 2015년 6월 조성된 예산황새공원. 공원입구로 들어서자 황새문화관 앞을 꾸미는 높이 15m의 커다란 황새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공원 체험에 나선 유치원생들이 자꾸 고개를 돌려 꼭대기를 쳐다보는 탓에 단체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현황판에 복원된 황새 규모가 잘 적혀 있다. 올해 아기황새가 33마리 태어났고 야생방사 황새는 121마리, 공원 내 사육 중인 황새는 110마리로 모두 264마리에 달한다. 황새오픈장에는 황새 다섯 마리가 여름의 태양을 즐기고 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롱다리‘다.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본 황새가 신기한 듯,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황새공원을 포함한 황새마을에선 황새가 논에서 한가롭게 노닐거나 새끼를 번식하고 돌보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황새문화관
황새문화관

황새복원이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우산종(umbrella species)’이기 때문. 보통 황새가 사는 곳은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지 않고 다른 다양한 종들이 공존한다. 따라서 황새복원은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황새는 청정구역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황새마을에서는 유독성 농약 사용을 금지한다.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습지가 잘 보전돼 수달, 수리부엉이, 금개구리, 귀이빨대칭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동물 20여종도 서식하고 있다.

 

황새문화관 옥상 포토존
습지 체험

예산황새공원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데 4∼10월에 진행되는 논·습지 생물체험이 가장 인기. 야외습지원에 들어서자 푸른 하늘에 펼쳐진 넓은 습지에서 유치원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뜰채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서로 내가 잡은 물고기가 크다며 옥신각신하는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공원은 황새 먹이주기 체험장, 황새 탐조대, 피톤치드 숲 등을 갖춰 가족 나들이하기 좋다. 황새 문화관도 잘 꾸며져 있다. 1930년대 조선총독부와 1963년 정부가 ‘황새의 고향인’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에 ‘고새울 황새번식지 비석’을 세운 얘기와 황새의 의사소통 방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내포 보부상촌 보부상 조형물
내포 보부상촌

◆‘포동이’ 만나러 내포 보부상촌 갑니다

 

덕산면 온천단지1로에 2020년 문을 연 내포 보부상촌은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 차로 2분 거리에 워터파크를 즐기는 덕산 스플라스 리솜 리조트 등 덕산온천관광단지가 있고 백제시대에 창건된 1500년 역사의 고찰 수덕사도 차로 8분 거리여서 함께 묶어서 둘러보기 좋다. 보부상촌이라는 이름 때문에 좀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볼것 많고 먹거리도 넘쳐난다. 특히 물놀이 시설 등이 마련돼 여름에 아이들에겐 천국이다.

 

솟대길
내포 보부상촌 전경

보부상은 솜 달린 패랭이를 쓰고 기다란 촉작대를 든 채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전국의 장터를 따라 떠돌던 행상. 매일 장을 돌아다니는 탓에 장돌뱅이, 장돌님, 돌림장수, 장꾼 등으로도 불렸다. 임진왜란 때 왕이 의주로 피난 갈 때 보부상들이 식량을 나르고 국왕을 호종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보부상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내포 보부상촌은 이런 보부상을 테마로 꾸민 전통문화체험 공간이다.

 

저잣거리 바람개비 포토존
저잣거리 바람개비 포토존
내포 보부상촌 물놀이
보부상 박물관 장터 재현

입구에서 항아리를 짊어지고 오일장으로 가는 ‘청년 포동이’ 조각상이 보부상이 활약하던 과거로 데려간다. 장시가 열리는 모습을 재현한 저잣거리를 따라 기념품점 다원과 이벤트홀 모꼬지를 시작으로 전통찻집 한다음자, 목바리주막, 내포푸주간, 카페 달보드레 등이 늘어섰다.

 

중앙 뜰은 맞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 수백개로 꾸며져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보부상 물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 시원한 분수와 함께 발목까지 잠기는 미니 풀장이 마련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보부상박물관에는 내포와 천주교의 역사와 함께 보부상의 활약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예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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