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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에 피로 물든 美독립기념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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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5 09:28:35 수정 : 2022-07-05 09: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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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기념 행진서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목격자 “자동소총 소리와 비슷, 20∼25발의 총성 들어”

교통 신호 위반 흑인에 60발 총격 사살한 경찰
시민들 거리로 나서 시위… 제2의 플로이드 사건 우려도
사진=AFP연합뉴스

“옥상에서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졌다.”(뉴욕타임스)

 

미국의 최대 기념일로 꼽히는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행진을 겨냥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이날 오전 독립기념일 기념 행진에서 총격 사건으로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CNN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인근 병원 2곳에는 모두 31명의 부상자가 실려 왔으며, 이 중 대다수가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건물 옥상에서 백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고 달아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총기 난사는 하이랜드파크에서 10시 독립기념일 행진이 시작된 뒤 10여분이 지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등에 올라온 영상에는 도로에서 행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시민들이 혼비백산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서 총성은 단발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 거리 주변을 경찰들이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목격자인 마일스 자렘스키는 CNN방송에 자동소총 소리와 비슷한 20∼25발의 총성을 들었다며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독립기념일 행진의 부대 행사인 어린이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5살 아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주민 지나 트로이아니는 AP통신에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등 혼돈이 벌어졌다”면서 “유모차를 버리고 아이만 안고 뛰어서 대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총격이 벌어진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부유한 마을로, 주민 대부분이 백인이다.

 

경찰은 총격범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행렬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옥상에서는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하이랜드파크 경찰 현장 지휘관인 크리스 오닐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대략 18∼20세 나이의 백인 남성”이라며 “흰색 또는 푸른색 티셔츠를 입었고 검은색 장발에 작은 체격”이라고 말했다.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용의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믿고 있다며, 여전히 무장한 상태일 수 있으니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코벨리 대변인은 총격에 대해 ‘완전히 닥치는 대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 하이랜드 파크에 있는 한 상점에서 경찰들이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총격은 미국 전역이 독립기념일 축제 분위기에 들뜬 가운데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총기 난사 사건 주변 지역에서 줄줄이 독립기념일 행사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폭력과의 전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또다시 슬픔을 안겨준 무차별적인 총기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아직 잡히지 않은 총격범 긴급 수색을 지원하도록 연방 법집행기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한 연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과 별도로 경찰이 교통 신호를 위반한 흑인 남성 제이랜드 워커(25)를 향해 60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사건이 발생한 오하이오주 애크런 시내에서 전날 심야까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진압용 방패를 들고 해산에 나섰지만, 시위대는 “경찰은 물러나라”, “제이랜드에게 정의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음식 배달원인 워커는 지난달 27일 정지신호를 위반한 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최소 60차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몸에 착용했던 카메라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제이랜드 워커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숨진 워커가 차를 두고 도망가는 과정에 경찰을 향해 치명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행동을 했고, 워커의 차에서 총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커 유족들은 카메라 영상에서 경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날 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교통 위반 때문에 흑인이 살해당했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애크런 경찰 당국은 오하이오 주 정부와 함께 경찰관의 과잉 대응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번 사건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같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플로이드는 2020년 5월 비무장임에도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 동안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촉발돼 그해 11월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042명이 근무 중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WP에 따르면 흑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경찰에 목숨을 잃는 비율은 백인보다 2배 이상 높다. 백인 사망자는 100만명당 16명이지만 흑인 사망자는 100만 명당 40명이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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