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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리는데 기름값은 안 내려”… 담합 점검·횡재세 검토 [뉴스+]

입력 : 2022-06-27 22:00:00 수정 : 2022-06-27 20: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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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기름값에 국내서도 ‘횡재세’ 논의
정치권 “혼자 배불려선 안돼”·“고통 분담”
정부, 정유업계 담합 등 불공정행위 점검
“인하분 충실히 반영한 주유소 극소수”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치솟는 기름값 탓에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유사들은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두며 ‘홀로 초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7주 연속 상승하는 등 부담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국내 석유회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다음달 37%로 확대하고 정유업계 담합을 점검할 계획이다.

 

◆4대 정유사 영업이익 전년 대비 2배 ‘초호황’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원, 에쓰오일 1조3320억원, GS칼텍스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원으로, 4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조5079억원이나 늘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다. 이같은 호실적은 올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경제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업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로 불리는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계획은 해외에서 이미 실행되는 중이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걸려 있다. 뉴시스

◆정유업계 반발 “흑자 규모 과장…조세 형평성 안 맞아”

 

국내에서도 정유사 ‘횡재세’ 도입이 거론되자 정유업계는 반발하는 가운데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 규모가 다소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4조8000억원 중 약 40% 규모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앞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므로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유사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세계적인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이 없었는데 최근 발생한 일시적 고수익에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초과이윤세가 도입될 경우 정유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기름값은 결국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어 역할이 한정적”이라며 “국내 횡재세 도입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제대로 반영했나…정부, 담합 점검 예정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정유업계 담합 점검 등에 나설 예정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위를 중심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에서 불공정행위가 이뤄지지 않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주유업계에 대한 현장점검도 강화한다.

 

2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3096원 경유를 3223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의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고 있는지, 유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30% 인하해왔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인하 폭이 37%로 확대된다. 인하 폭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L당 57원, 경유는 38원, LPG 부탄은 12원의 추가 인하 효과가 생긴다. 유류세가 100% 적용될 때와 비교하면 L당 붙는 유류세가 휘발유는 304원, 경유는 212원, LPG는 73원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정유업계나 주유소만 배를 불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은 계속 오르는 추세인데, 얼마만큼이 유류세 인하 덕분에 ‘덜 오른’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서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 주관으로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든가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정황이 있는지도 한번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최근 유류세 인하분을 충실히 반영한 주유소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환율을 고려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이달 18일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전인 작년 11월11일보다 L당 420원 올랐고, 유류세는 L당 247원 내렸는데 휘발유 가격은 그 차액인 173원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 기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평균 294.52원 올랐고, 주유소 1만792곳 중 99.24%가 173원보다 휘발유 가격을 많이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제 경유 가격은 L당 558원 오르고 경유 유류세는 174원 내렸는데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507.25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만792곳 중 99.65%가 384원보다 경윳값을 많이 인상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휘발유는 주유소 단계에서 (유류세 인하분이) 덜 반영되는 측면이 있고, 경유는 정유사가 더 문제인 것 같다”며 “경유에 대한 정유사 마진(이윤)이 재작년 중순께 크게 오른 뒤 지나치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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