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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바닥, 환율·물가는 천정부지…밀려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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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4 07:00:00 수정 : 2022-06-23 20: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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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틀 연속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주가, 원화, 채권이 일제히 큰 폭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선 것은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렸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세 차례에 불과했다. 또 환율 급등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로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5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지난달 5%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는 6%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1301.8원에 마감하면서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연속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남정탁 기자

◆1300원 뚫린 환율…코스피·코스닥은 또 연저점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약 12년1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환율은 이날 개장 약 10분 만에 1300원을 넘었고 오전 중에는 1302.7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고점 부담 및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감 등으로 1296.6원까지 내려갔지만 중국 외환시장 개장 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이에 연동돼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갔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노력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급등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시 시장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면서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환율 급등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2일의 2300.16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전날(-4.03%)에 이어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가는 2020년 6월15일의 693.15 이후 최저치다. 상장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2502개 가운데 52주 신저가(체결가 기준)를 경신한 종목 수는 1391개(55.6%)에 달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4일 “복합위기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경제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퍼펙트스톰은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경제적으로는 심각한 세계 경제 위기를 의미한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미 달러화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원화는 물론, 엔화나 금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들에 비해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高환율·高물가 악순환…“1350원까지 상승 가능성도”

 

13년 만에 다시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경기침체 우려가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상승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경기침체는)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3% 상승했는데,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23.1%, 달러 기준으로는 2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며 오름폭이 더 작았다. 전년 동월 대비 원화지수와 계약통화지수 간 격차는 지난 2월 8%포인트에서 5월 13.2%포인트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달러를 비롯한 계약통화로 결제한 뒤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한층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선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1350원 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1300원이 일종의 ‘빅피겨’(큰 자릿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게 뚫리면 심리적 저항성이 무너지면서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이 ‘안 막겠다’는 스탠스를 보이게 된다면 1350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달러화 강세요인이 우세하다”며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1300원 선에서 강하게 환율을 막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러당 1300원대가 당분간 환율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맞교환) 체결을 추진하는 등 시장에 강력한 안정화 신호를 보내야 원화 약세가 수그러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사진=뉴시스

◆1년 전보다 9.7% 오른 생산자물가…5개월 연속 최고치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2015년 100 기준)는 119.24로, 4월(118.59)보다 0.5% 올랐다. 올해 들어 생산자물가지수는 5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1.6%)보다 줄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9.7%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 주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는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부문별 물가지수 등락률을 보면, 지수 산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품이 0.8% 뛰었다. 농림수산품 물가는 농산물(-1.7%)과 수산물(-0.3%)이 내렸지만, 축산물이 6.9% 오르면서 1.5%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물가는 1.1% 떨어졌다. 서비스 물가는 음식점·숙박(0.9%)과 운송(1.0%) 등을 중심으로 0.4% 올랐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4월 5.4% 급등했던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5월 들어 하락 전환한 데다가 공산품 상승 폭이 4월 2.0%에서 5월 0.8%로 둔화하면서 생산자물가 상승 폭이 지난달보다 축소됐다”며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4월 배럴당 102.8달러에서 5월 배럴당 108.2달러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체 생산자물가는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세부품목 중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외식 수요 증가와 출하 마릿수 감소, 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돼지고기가 전월 대비 21.8% 급등했고,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가 인상돼 달걀도 4.8%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가 9.8%, 경유가 8.3% 올랐고, 유류 할증료 인상 등으로 국제항공여객도 3.3% 뛰었다. 반면 작황·어황 호조로 인한 공급물량 증가로 참외(-43.4%), 조기(-41.3%), 가자미(-30.2%) 등은 생산자물가지수가 떨어졌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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