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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명주 ‘마오타이’의 세계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2-06-04 19:00:00 수정 : 2022-06-04 19: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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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최고의 명주라고 불리는 술이 있다. 닉슨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저우언라이 총리와 만찬주로 쓰이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술, 2018년에는 시진핑 만찬주로 2억원짜리 마오타이(사진)가 등장해 화제를 끌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마오타이는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이렇게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 되었을까?

 

중국의 홍군은 장제스의 국민당을 이기고 중국을 통일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순탄지 않았다. 특히 1934년 무려 1만5000㎞에 달하는 대장정이라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을 때,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이란 곳에서 홍군은 항복이냐, 전투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다가왔다. 군량미는 떨어지고, 부상병도 많아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좋은 수수로 빚는 증류주가 있었고, 이 술을 마시면서 다시 전투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러면서 이 술은 대장정 기간 동안 치료제로 쓰이며 홍군의 솔 술로 자리 잡히고, 중국의 4대 명주, 8대 명주 등으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마오타이는 제조과정도 복잡하다. 수수를 9번 찌고 8번 누룩을 넣어 7번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까지만 10개월이 소요된다. 이후 숙성을 3~4년 정도 진행한다. 갑자기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제품을 만들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술이다.

 

신기한 것은 이 마오타이의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말 기준 마오타이의 시가 총액은 414조원, 삼성전자는 404조원이다. 전기차, 인공지능, IT 회사도 아닌 술 제조사가 전 세게의 내로라하는 기업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상하이 주식시장 대장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마오타이는 매출이 많을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당기순이익률이 무려 50%다. 1만원짜리 팔면 5000원이 남는 구조다. 그렇게 수익률이 좋다는 애플도 20%대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이렇게 마오타이의 수익성이 좋은 이유는 매년 가격이 5% 전후로 오르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무려 20% 넘게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어느 한 백화점이 마오타이라는 술을 가지고 40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현금성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에는 무려 20% 넘게 오르기도 했다. 마시기 위한 술이 아닌 수집을 위한 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정품으로 불리는 비천 마오타이는 한때 100만원까지 넘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2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했던 품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매출이 높다고 주가에 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 재고가 많아야 호재로 작용한다. 그 재고가 내년에는 더 숙성되어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타 기업은 재고가 많으면 처리로 골머리를 앓는데 이곳은 안 팔려야 호재라는 신세계를 보여준다.

 

결국 숙성이라는 시간이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드는 셈.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그 중요한 시간을 나에게 할애해 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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