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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반복 음주운전·측정 거부’ 가중 처벌에 위헌 결정…‘윤창호법’ 효력도 상실

입력 : 2022-05-26 17:02:51 수정 : 2022-05-27 09: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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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대2 의견으로 ‘윤창호법’ 위헌 결정…“교육프로그램 강화 등 고려할 수 있어”
지난해 위헌 판단 후 항소심에서 1심보다 액수 낮은 벌금형 판결 등 있기도
하태경 의원 등 ‘음주운전 가중처벌’ 취지 살려 보완 입법 시도
음주단속 중인 경찰. 연합뉴스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 하는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6일 나왔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구 도로교통법(2018년 12월 개정 후 2020년 6월 개정 전까지의 도로교통법)’의 윤창호법 조항 중에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한정해 위헌 판단을 내렸는데, 아직 효력이 남아있던 조항을 대상으로 판단 범위를 넓히면서 윤창호법은 효력을 잃게 됐다. 당시 헌재가 ‘구 도로교통법’을 심판 대상으로 삼았던 건,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2020년 법 개정 전에 음주운전 혐의로 재차 적발됐고 구법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서였다.

 

◆헌재, 7대2 의견으로 ‘윤창호법’ 위헌 결정…‘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 판단

 

헌재는 이날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148조2의 1항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혼합해 두 차례 이상하거나, 음주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한 이에게는 2~5년 징역형이나 1000만원~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 측정거부 전력을 가중 요건으로 삼으면서도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위반행위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반복 위반했다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다양한 유형이 있고 경중의 폭이 넓으므로, 형사상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법정형의 폭도 개별성에 맞춰 설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 조항은 하한을 징역 2년 또는 벌금 1000만원으로 일률적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면은 있다”면서도 “중한 형벌이 일시적으로 억지력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결국 면역성이 생겨 실질적 기여를 못할 수도 있으며, 효과가 있더라도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시동이 안 걸리도록 하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하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비형벌적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죄질이 가벼운 재범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하는 것은 형벌 본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한다”고 내세웠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환기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배경으로 하는데, 총 발생 건수는 감소하지만 재범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기도 하는 실태를 감안해 입법화한 규정”이라며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에 상응할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 감정을 반영한 형사정책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해 형벌을 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므로, 최소한의 구별 기준을 정하고 법정형 범위가 넓어 법관이 개별 사건 사이의 형평을 맞출 수 있다면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1심보다 액수 낮은 벌금형 판결 등…현직 판사는 헌재 비판하기도

 

헌재가 지난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음주측정을 거부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은 액수의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음주운전 혐의 피고인에게 2심까지 내려졌던 가중처벌을 대법원이 파기한 사례들이 있었다.

 

헌재의 위헌 판결에 한 현직 판사는 지난해 법원 내부망에 ‘헌재의 단순 위헌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헌재의 발상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10년 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윤창호법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윤창호씨의 유족 등은 음주운전 경각심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이라는 국민적 법 감정을 토대로 보완하는 형태의 법률의 제·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음주단속 중인 경찰. 연합뉴스

 

◆하태경 의원 등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보완 입법 시도

 

현재 국회는 음주운전 가중처벌이라는 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시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음주운전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라 보완 입법이 탄력받을지 주목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양기대·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하 의원은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이가 10년 안에 같은 사유로 처벌받을 시 가중처벌 하는 내용을 포함했고, 양 의원도 ‘10년’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둔 건 하 의원과 같지만 여기에 위반 행위에 대해 각 죄가 정한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윤 의원은 음주운전 적발·음주측정 불응으로 처벌받는 경우와 음주운전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를 구분해 처벌하고, 각각의 범법행위로 다시 처벌받을 때는 첫 처벌의 집행 후부터 지난 시간이 짧을수록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넣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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