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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결에 20분 줄 서 구입한 ‘포켓몬빵’… 열풍 언제까지 갈까 [이슈+]

입력 : 2022-05-20 23:00:00 수정 : 2022-05-20 18: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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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재출시 때부터 하루 평균 27만봉 팔려
1인당 구매제한에 온 가족 줄 서기도
지난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켓몬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어휴 오늘은 줄이 꺾였네. 하필 빵 덜 들어온 날에 더 많이 오셨어.”

 

지난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포켓몬스터 빵을 사러 온 고객들의 대기 줄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줄이 평소에도 길었지만, 이날은 대기자가 유독 많아 줄이 매장 끝을 넘어 옆으로 꺾어졌다는 말이었다. ‘식용유 대란’ 취재차 이곳을 찾은 기자의 눈엔 출시된 지 3개월이 다 되도록 평일 오전 대형마트에 손님 수백명을 줄 세우는 포켓몬빵이 더욱 흥미롭게 보였다.

 

◆대기줄 100m…서로 ‘빵 구하기’ 노하우 전수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가장 앞에 줄 선 두 여성에게 “무슨 줄이냐”고 물었다. 50·60세대로 보이는 그들은 ‘젊은이가 그것도 모르나’란 표정으로 “포켓몬빵 줄이지”라고 답했다.

 

원래 목표했던 취재를 마치고 나니 10시 40분쯤이었다. 그 사이 포켓몬빵 줄은 더 길어져 매장 끝까지 이어졌다. 판매 시작 시각은 11시. 호기심이 생겼다. 20분이면 기다려볼 만하단 생각에 포켓몬빵 대기 줄에 합류했다.

 

평일 오전이라 아이들은 없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몇명을 제외하고는 자녀, 혹은 손주에게 줄 빵을 사려는 어른들로 보였다.

 

직원이 줄 옆으로 걸어 다니며 “1인당 두 개씩”이라고 공지했다. 기자 앞엔 노부부와 딸이 서 있었다. 아이에게 보다 많은 포켓몬빵을 사주기 위해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동원된 듯 보였다.

 

판매 시작 15분 전, 직원이 대기자 수를 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기자의 다섯 번째 앞에 선 손님을 가리키며 “이 뒤에 계신 분들은 못사실 수 있습니다. 오늘 빵이 적게 들어와서요. 알고 계십시오”라고 외쳤다. 한 남성이 “30분이나 기다렸는데 빵을 못 구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제일 앞에 서신 분들은 2시간 기다리셨다”고 말했다.

 

빵이 총 몇 개냐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은 200개 조금 넘게 들어왔다. 평소에도 300개 이하로 들어오는데 오늘은 유독 적게 들어온 날”이라고 했다. 1인당 2봉이니 대기 ‘안전선’까지 100명이 조금 넘는다는 것이었다. 앞에서 한 개만 구매하는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뒤를 돌아봤다. 뒤로도 줄이 길었지만 아무도 이탈하지 않았다. 한 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직원에게 자꾸 묻는 기자가 어리숙해 보였는지 뒤에 있는 여성이 “처음이시냐”며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는 “나는 오늘만 두 번째”라고 밝히며 포켓몬빵 구하기 노하우를 전수했다. 주변에 서 있던 이들도 귀를 기울였다.

 

그는 “여기 마트는 나은 편이다. 집 앞 H마트는 문 열기 전 매장 바깥에서 줄을 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근처 L마트가 제일 합리적으로 운영한다. 9시 반부터 포켓몬빵 번호표를 나눠주고 10시부터 판매하는데 애초에 번호표를 판매 가능한 만큼만 나눠준다”면서 “나는 오늘 8시 반에 갔는데 이미 내 앞에 6명이 줄 서 있었다. 거기에선 3개씩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4학생 아들이 있다는 그는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자주 줄을 서고 집 근처 마트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왜 그렇게 많이 사시느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좋아하니까요”라고 답했다.

 

포켓몬빵 구입 고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차례가 왔다. ‘대기줄을 줄여보려고 직원이 거짓말을 했나’ 싶을 정도로 빵이 많이 남아있었다. 친숙한 캐릭터로 2봉지를 집었다. 처음 구경해보는 포켓몬빵이었다. 20분 기다려 구할 수 있는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SPC삼립 제공

◆판매 2000만봉 돌파…업계 앞다퉈 ‘포켓몬’ 마케팅

 

포켓몬빵 열풍은 출시된 2월 24일부터 3개월이 다 되도록 꺼지지 않고 있다. 20일 포켓몬빵 제조사인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출시 후 20일까지 총 2350만봉이 팔려나갔다. 하루 평균 27만봉 꼴이다.

 

SPC삼립은 포켓몬빵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제품을 확장했다. ‘피카츄 망고 컵케익’ ‘푸린의 피치피치슈’ ‘피카피카 달콤 앙버터샌드’ 등 냉장디저트 3종이다. 냉장디저트에는 포켓몬빵과 마찬가지로 ‘띠부띠부씰’이 들어 있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냉장디저트는 4월 7일 출시 후 44일 만인 이날까지 260만개가 팔렸다.

 

SPC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달의 맛으로 ‘피카피카 피카츄’와 ‘나와라! 꼬부기’를 출시했다. 이달의 케이크로 출시한 ‘잡아라! 포켓몬 몬스터볼’은 재활용이 가능한 몬스터볼 용기 속에 담긴 아이스크림 케이크다. 또 다른 SPC 브랜드인 던킨도너츠도 지난달 말 ‘배고픈 잠만보’ ‘피카츄 옐로우링 도넛’ ‘고오스 초코링’ 등 포켓몬도넛 3종과 몬스터볼 도넛을 내놨다.

 

SPC는 포켓몬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계열사인 SPC삼립의 지난 1분기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72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1% 오른 136억원, 순이익은 25.3% 오른 78억원을 기록했다. SPC삼립이 1분기 매출 7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힘 입어 업계에서는 SPC가 올해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넘어선 식품기업은 3곳에 불과하다.

 

이에 타 업체들도 포켓몬 인기에 편승하고 있다. 하림은 BGF리테일과 함께 20여종의 포켓몬 홀로그램씰이 담긴 치즈너겟과 치즈핫도그 등 냉동간식 2종을 출시했으며, 농심켈로그는 포켓몬과 협업한 ‘첵스초코 VMAX 카드 기획팩’을 한정 출시했다.

 

일본의 장수 만화 캐릭터인 포켓몬스터가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노재팬’ 운동이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에도 인기 캐릭터가 많은데 일본 캐릭터 상품 인기로 일본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켓몬빵의 인기는 어린이들의 동심,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 마케팅일 뿐이며, 결국 이를 뛰어넘는 국내 캐릭터 개발만이 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할까. SPC측은 “출시부터 지금까지 매일 풀케파(생산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양)로 생산하고 있다”면서 “그 이상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포켓몬빵은 1999년 국내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도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당시 포켓몬빵은 2년 만엔 2001년 생산이 중단됐다. 포켓몬스터의 인기가 식으면서 샤니가 새롭게 등장한 ‘디지몬’ 캐릭터로 빵을 내놨기 때문이다. 디지몬빵도 당시 하루 70만봉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디지몬 역시 일본 캐릭터다.

 

이번 포켓몬빵 재출시에 이어 디지몬빵 재출시 가능성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PC 관계자는 “재출시한 상품이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해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캐릭터 인기도에 따라 상품과 마케팅 방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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