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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1달러 회복한 ‘테더’…‘테라·루나’보다 안전할까 [이슈+]

입력 : 2022-05-15 23:00:00 수정 : 2022-05-16 07: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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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기반 테라 코인 가치 붕괴
자신만만했던 권도형 대표 실패 자인
실물 연동 테더, 담보가치 의문 제기
美,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 때 암호화폐 시가총액 6위까지 올랐던 한국산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 ‘테라’(UST)와 자매코인 ‘루나’의 폭락 여파가 크다.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셀’(투매)에 나서기도 했다. 전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도 하루 만에 30억달러 상당이 빠져나가면서 한 때 1달러 페그(고정)가 붕괴됐다. 테라와 루나의 폭락 속에서 테더는 여전히 1달러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실물자산 담보’ VS ‘알고리즘 연동’

 

미국 CNBC뉴스는 13일(현지시간) “전날 95센트만큼 가치가 떨어졌던 테더가 1달러 페그를 회복했다”면서 “하루 만에 다시 1달러에 고정 거래되면서 테라의 붕괴로 암호화폐 시장 붕괴가 확산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진정시켰다”고 보도했다.

 

테더와 테라는 모두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코인이라는 뜻이다. 보통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테더와 테라는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페그를 유지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눴다.

 

첫번째는 ‘중앙화형’이다. 달러 등 법정화폐를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1토큰=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테더가 이에 해당한다. 테더 측은 “투자자들에게 언제든 달러로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산담보형’이다. 법정화폐가 아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데, 담보 가치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보다 더 많은 양의 담보를 쌓아두는 ‘초과담보’로 유지된다.

 

마지막은 ‘알고리즘형’이다. 담보 없이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코인이 발행된다. 통화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통화량은 일정한 반면 수요가 변하기 때문인데, 수요에 맞춰 통화량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담보 없이도 화폐가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테라는 이 중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해당된다. 1테라 가치가 1달러보다 낮아지면 알고리즘에 의해 자매 코인인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고, 1달러를 초과하면 테라가 자매코인인 루나를 사들이는 식으로 가치를 유지한다. 수요가 계속 유지되어야하기 때문에 운영사인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예치하는 투자자에게 최대 20% 이자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베이스코인의 가치가 떨어져 연동 코인을 발행해도 베이스코인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이 시스템은 붕괴될 수 있다. ‘루나 쇼크’ 발생 원인이 여기에 있다.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코인시장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테라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루나가 대량 발행됐다. 하지만 테라 1달러 방어에 실패했고 루나와 테라는 함께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일으키며 추락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계속된 경고 무시했던 권도형 대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투자자의 믿음으로 유지된다는 데서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31)는 이런 위험을 무시해 왔다.

 

지난해 7월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가 “금융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자기 조정은 혼란에 빠진 투자자들이 대규모 탈출에 나설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가난한 이들과 토론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에게 적선할 돈이 없다”는 막말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공매도 세력의 타겟이 될 경우 알고리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암호화폐 분석가인 프레디 레이놀즈가 트위터에서 “테라에 대한 소로스 스타일의 검은수요일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권 대표는 “10년 간 들어본 가장 덜떨어지는 소리다. 멍청하면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라고 응수했다.

 

‘검은수요일’은 1992년 9월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독일 통일 후 불안해진 유럽 통화 시장에서 독일 마르크화에 페그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파운드화를 대량 투매해 그 가치를 20% 끌어내린 사건이다. 실제 이번 루나 쇼크는 ‘검은수요일’과 비교되며, 테라 알고리즘의 취약점을 포착한 공매도 세력의 공격으로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권 대표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내 발명품(루나·테라)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면서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테라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를 비롯해 나와 연계된 어떤 기관도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본 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연합뉴스

◆테더는 안전한가?

 

CNBC에 따르면 암호화폐시장에서 테더 공급량은 13일 현재 약 795억달러로 하루 전 829억달러에서 3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테더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30억달러의 상환 요청을 받았으며 뱅킹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처리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하락세 속에 테더 역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오전 현재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테더 1토큰은 0.999달러를 기록 중이다.

 

테더는 실질 자산에 의해 담보되는 만큼 안전하며 충분한 양의 달러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이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보유한 달러보다 더 많은 양의 토큰을 발행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뉴욕주 검찰 조사 결과 테더의 담보 일부가 달러가 아닌 기업어음, 상업용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더 측은 현재 52%의 자산을 단기 재무성 국채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늘리고 기업어음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CNBC는 전했다.

 

루나 사태는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이에 미국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뱅크런’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2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뱅크런과 관련해 수백 년간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위험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팻 투미 의원은 “이번 테라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 페깅(고정) 시스템 전체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미 의회가 당장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시장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에 따른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으며, 비슷한 사태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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