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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母性… 강압적 모녀관계의 파멸 그려

입력 : 2022-05-12 21:00:00 수정 : 2022-05-12 20: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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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식 공포영화 ‘Umma’

한국적 정서 ‘恨’과 이민 1세대 아픔 결합
장독대·하회탈 등 동양적 요소 차용 눈길

‘마더’(Mother)가 아니라 ‘엄마’(Umma·사진)다. 11일 개봉한 할리우드 공포 영화 ‘엄마’는 원제 역시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옮긴 ‘Umma’다. 영화는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 모녀를 주인공 삼아 ‘한’(恨)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할리우드식 스릴러와 결합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 등에 출연한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주인공인 엄마 어맨다 역을 맡았다. 역시 한국계 미국 여성 감독인 아이리스 심이 연출했다. ‘이블 데드’ ‘스파이더맨’(2002∼2007년)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만든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는 비뚤어진 모성에 공포 요소를 가미해 강압적 모녀 관계의 파멸을 그려낸다. 양봉 일을 하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어맨다(샌드라 오)와 딸 크리스(피벨 스튜어트)에게 한국에서 유골함과 유품이 도착한다. 어맨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맨다는 자신을 억압하던 엄마를 떠나 트라우마를 감추고 살았다. 딸 크리스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과거를 숨겼다. 그러나 엄마의 유골함이 도착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어맨다는 이상행동을 보이며 그토록 멀리하고 싶었던 자신의 엄마를 닮아간다.

이 작품은 이민 1세대가 겪은 정서적 어려움, 자식 세대와 사고방식 차이를 그린다. 최근 할리우드가 그려낸 한국 이민자 초상과도 연결된다. 다만 영화 ‘미나리’나 애플TV플러스 ‘파친코’가 한국 이민 가정의 억척스러운 생명력과 단단한 뿌리를 담아냈다면 ‘엄마’는 뒤틀린 심리를 통해 어두운 이면을 조명한다. 예절과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 받았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한’을 통해 공포로 풀어낸다.

‘엄마’는 작심한 듯 작품 곳곳에 동양적 요소를 가져와 배치했다. 장독대, 한복, 제사상, 하회탈, 한국식 때수건 같은 이미지를 차용해 한국적 정서를 적극적으로 투영한다.

영화는 이처럼 미국 내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지만 허술한 연출로 극의 몰입감을 깬다. 전통 탈을 대대로 가보로 간직한다는 설명이나 갑자기 구미호가 등장하는 장면 등은 신선한 소재에 찬물을 끼얹는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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