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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스텝에 고민 깊어가는 한국은행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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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6 07:00:00 수정 : 2022-05-06 00: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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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현실화하고 추가적으로 수차례의 빅스텝을 예고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를 얼마나 키우고 앞당길지가 주목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25% → 1.50%) 인상한 이후 물가 상황 등 데이터 지표들이 좋지 않은 데다 내외 금리 역전과 환율 상승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개최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5일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한 뒤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인상이 검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다소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 0.50%포인트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 리스크(위험)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줄었다. 미국이 추가 빅스텝까지 예고한 만큼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는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전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자본유출의 경우 금리뿐 아니라 환율, 경제 펀더멘털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금방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금통위 또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내외 금리 차 축소 또는 역전이 자본유출 압력을 일부 높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크진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나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해외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이어 추가 물가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어떠한 속도로 금리를 변화시킬지, 아니면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할지는 (이후의)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정의 달’ 외식값 급등에 공포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했지만 치솟는 물가에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는 것조차 두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외식·생활필수품 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6% 올랐다. 지난 3월(6.6%)에 이어 두 달 연속 6% 중반대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4일 서울 도심 음식점 앞에 음식 메뉴가 적혀 있다. 뉴시스

외식물가지수에 반영되는 39개 품목 가운데 햄버거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물가가 올랐다. 갈비탕 가격의 상승률이 12.1%로 가장 높았고,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등도 9%대 상승률을 보였다. 

 

생활에 필수적인 식자재와 가공식품 등의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생필품 가격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경기도 10개 도시에서 판매되는 생필품 35개 품목 중 전년 동기 대비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3개뿐이다. 전체 평균 상승률은 5.8%였으며, 가격 상승 품목만을 놓고 봤을 때 평균 상승률은 6.9%에 달했다. 

 

◆새정부 물가대책이 안 보인다

 

새 정부 국정과제를 통해 드러난 물가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이달과 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정과제에는 원론적인 물가대책만 담겨 있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새 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강화’를 19번째 과제로 확정,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부담을 경감하고 대외부문 충격의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민물가 안정 방안으로는 비축기능 강화, 수급안정 대책 등이 언급됐는데, 인수위는 이를 통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요인의 국내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인수위는 출하조정시설 확충, 채소가격안정제 물량 확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등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방안도 대표적인 대책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물가대책은 국정과제 특성상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할 수밖에 없단 점을 감안하더라도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올라선 이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을 보면 유류세 인하폭 30%대로 확대 외에 곡물 수급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사료용 밀·옥수수 추가물량 확보,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적용 7월 말까지 연장, 호주산 유연탄 수입 비중 확대 등이 담겼다. 또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기재부가 3월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기재부가 그간 발표한 물가대책과 인수위의 국정과제에 담긴 방안이 대동소이하다는 뜻이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고유가, 개인서비스 안정화 대책이나 전기·가스 요금 등과 관련한 대책은 없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직접 결정 영향력이 있는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각 공공기관이) 제대로 했나”라며 공공요금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살피겠다고 강조했지만,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공공요금 억제를 위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년간 물가가 오를 것이라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조속히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필요하면 금리정책을 써야 하고, 정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기 위해 (국민과)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잘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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