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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복무, 9·11 후폭풍 수습… 노먼 미네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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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4 16:00:00 수정 : 2022-05-04 15: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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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선 하원의원 출신… 상무·교통장관 지내
3일(현지시간) 별세한 노먼 미네타 전 미국 교통부 장관. AP연합뉴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시장을 지낸 노먼 미네타 전 미국 교통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9·11 테러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교통장관을 맡고 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미 언론은 미네타 전 장관의 타계 소식을 일제히 비중있게 보도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고인의 아들은 보도자료에서 “아버지는 미네소타주(州)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1931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일본계 이민자 부부 사이에 태어났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든 뒤 내려진 일본계 미국인 격리·감금 명령에 따라 고인의 가족도 한동안 강제수용소 같은 곳에서 살아야 했다. 10대 소년 시절 겪은 이 충격적 경험은 훗날 고인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진보적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고인은 육군에 장교로 입대했고 정보 병과를 받아 주일미군 및 주한미군에서 복무했다. 다만 민감한 정보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인지 그가 주한미군에 배치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는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다.

 

전역 후 고인은 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산호세 시장(1971∼1975),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의회 하원의원(1975∼1995)을 지냈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산호세 같은 대도시에서 아시아계가 시장을 맡은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하원에서도 무려 10선을 기록하며 중앙 정계의 거물 정치인으로 통했다. 2000년 당시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상무장관으로 임명되며 처음 입각한 고인은 2001년 클린턴 행정부 뒤를 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도 교통장관으로 발탁돼 2006년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다. 현재까지 미 역사상 최장수 교통장관 기록을 갖고 있다.

노먼 미네타 전 미국 교통부 장관(왼쪽)이 2006년 12월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는 모습. A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인 그가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서도 중용된 건 그만큼 당파색이 옅은 초당적 정치인으로 보수·진보 양 진영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이 민항기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WTC)에 고의로 충돌시키는 초대형 테러를 저질렀을 때 고인은 교통장관이었다. 이 사안은 기본적으로 국방부 담당인 만큼 고인은 책임을 면했으나, ‘안전’과 ‘보안’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고인도 교통부 직원들을 진두지휘해 테러 후폭풍 수습에 앞장섰다.

 

9·11 이후 미국은 비행기 탑승자 중 특히 중동 국가 출신이나 이슬람 신자들을 상대로 엄격한 검문검색을 실시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고인은 2차대전 당시 일본계란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은 점을 떠올리며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2006년 고인이 교통장관을 그만두고 내각을 떠나자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후 알카에다의 추가 공격을 막는 데 큰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평생에 걸쳐 미국을 위해 봉사한 공로를 기린다”며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대통령 자유메달은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로 통한다.

 

역시 일본계 미국인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우리는 거인을 잃었다”며 “지난 몇 년간 고인이 저에게 들려준 자상한 조언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물론 미국도 고인이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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