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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서 콜드플레이까지… “밴드는 살아있는 전설”

입력 : 2022-04-30 01:00:00 수정 : 2022-04-29 18: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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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최근 활동까지 정리
10년 단위로 챕터 6개 나눠 소개

역사 현장 다양한 활동 ‘록’ 조명
시대에 맞춰 ‘록’의 변화도 강조
저자는 ‘밴드 시대의 종언’을 말하는 이들에게 록은 살아남을 것이며 또 밴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할 당위를 갖는다며 “밴드의 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근간이고 정수이며 꽃”이라고 강조한다. 어바웃어북 제공

더 밴드 - 만남이 음악이 된 순간, 그 역사/정일서/ 어바웃어북/4만3000원

 

사람들은 저마다 밴드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실제 연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은 밴드 시대의 종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라디오에서, 카페에서 혹은 길거리 어딘가에서, 심지어 누군가의 무선 이어폰에서조차 여전히 비틀스 노래가 흘러나온다. 밴드 음악이다. 밴드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밴드 음악은 현재 음악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밴드 역사를 총망라했다. ‘더 밴드 - 만남이 음악이 된 순간, 그 역사’는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이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음악사에 아로새겨진 밴드와 뮤지션에 관한 아카이브이자 뮤직 에세이다. 11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에는 가수의 빅밴드로서 반주자에 머물렀던 뮤지션들이 연주자로 거듭나면서 팝 음악 역사를 이끌어 온 이야기가 수백 컷 사진들과 함께 담겨 있다.

정일서/ 어바웃어북/4만3000원

저자는 밴드 기원을 1956년으로 봤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청년 버디 홀리가 기타리스트 니키 설리번과 드러머 제리 앨리슨, 베이시스트 조 비 멀딘과 함께 밴드 ‘귀뚜라미들’(Crickets·크리케츠)을 결성한 때다. 저자는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이라는 악기 편성체제를 갖춘 최초의 4인조 록 밴드가 탄생했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년 뒤 대서양 건너 영국 리버풀의 뒷골목에서 찌그러진 기타를 멘 더벅머리 소년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만난 그 순간, 대중음악은 큰 변혁을 맞는다. 존과 폴은 ‘귀뚜라미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밴드 이름을 ‘딱정벌레들’(Beatles·비틀스)로 정하고 영국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크리케츠에서 비롯돼 비틀스에서 폭발한 밴드 음악은 1960∼1970년대 블루스와 포크 록,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레시브를 거쳐 1980년대 뉴웨이브와 헤비메탈, 1990년대 그런지와 브릿팝, 그리고 2000년대 이후 EDM과 포스트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진화를 이끌었다.

저자는 이러한 밴드 음악 변화를 10년 단위로 나눠 챕터 6개에 담았다. 챕터별로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의 결성과 해산, 명곡 등을 설명했다. 예컨대 ‘록 스타의 시대: 록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뮤지션들’이 있던 1970년대에서는 퀸을 비롯해 레드 제플린, 딥 퍼플, 이글스 등을 다뤘다. ‘강렬함과 화려함의 미학: 헤비메탈과 뉴웨이브의 불편한 동거’가 진행됐던 1980년에 대표 밴드로는 스콜피온스와 주다스 프리스트, 고고스, 유투(U2), 듀란 듀란, 아이언 메이든, 본 조비, 메탈리카, 건스 앤 로지스 등이 포함됐다. 1990년대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그런지와 브릿팝의 전쟁’이 치러졌을 당시를 대표하는 밴드에는 스틸하트,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너바나, 나인 인치 네일스, 그린 데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매릴린 맨슨, 나이트위시 등이 거론됐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를 다룬 마지막 챕터 ‘록의 미래를 묻다: 포스트 사운드의 주인공들’에선 콜드플레이, 린킨 파크, 뮤즈, 고릴라즈, 머룬 파이브, 펀., 이매진 드래건스 등 현재도 활동하는 밴드들이 다수 포함됐다.

저자는 단순히 유명 밴드와 그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역사의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동했던 ‘록’도 조명했다. 저자는 록에 대해 “자유와 반항은 로큰롤의 정신(Spirit of Rock)이자 밴드의 정신”이라며 ‘부조리한 기성세대와 불화했던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서술했다.

데뷔 초기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비틀스는 후기로 갈수록 존 레넌이 중심이 돼, 미국이 벌인 베트남전과 백인 중심 사회의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를 비롯해 제퍼슨 에어플레인, 산타나, 더 그레이트풀 데드 같은 밴드들은 1967년에 열린 역사적인 우드스톡 공연을 통해 반전과 평화 운동의 주역이 된 ‘플라워 칠드런 세대’(Flower Children Generation)의 음악적 대변인을 자처했다. 밴드의 부조리한 기득권 세력과 불화는 197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스는 단 한 장의 정규앨범만으로 영국 내 심각한 청년실업과 경제적 곤궁에도 자신들의 안온한 삶만을 추구하던 여왕 일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저자는 “누군가는 록은 죽었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밴드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록은 살아남을 것이며 또 밴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할 당위를 갖는다고 답하겠다. 밴드의 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근간이고 정수이며 꽃이기 때문이다. 여러 멤버와 악기들의 조화와 합, 그리고 그를 위해 그들이 보낸 시간과 흘린 땀들의 총화가 바로 밴드 음악인 까닭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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