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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근본이익 침탈 때도 사용”… 선제 핵공격 위협한 北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22-04-30 19:00:00 수정 : 2022-04-30 15: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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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
핵무기 목적 ‘방어수단’ 외 ‘이익수호’ 추가
비군사적 상황서도 핵 사용 가능성 시사
윤석열정부 대북정책 ‘先비핵화 後대화’
한반도 당분간 ‘강대강’ 구도 형성 불가피

金, 열병식 때 집권 이후 첫 흰색 ‘원수복’
핵무기 실전배치 단계 진입 자신감 표현
윤석열정부 출범 전후 7차 핵실험 우려
풍계리 실험장 3번 갱도 복구 공사 포착
핵실험, 이제부터 소형화·실전배치 양상

北, ICBM 시험발사 이어 7차 핵실험 정황
윤석열 당선인 “北 불법 행동에 단호 대처”
南北정상회담은 당분간 열리기 힘들 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한국·미국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시사했다. 북한은 그동안 자국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기 방어 수단이라고 내세웠는데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무기의 목적이 ‘자국 이익 수호’라는 새로운 ‘핵 독트린’을 천명한 것이다. 다음 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은 ‘선(先)비핵화, 후(後)대화’ 기조여서 당분간은 한반도 ‘강대강’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제 핵타격 빗장 연 김정은의 ‘4·25 핵 독트린’

29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병식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북한)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무력은 언제든 자기의 책임적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연설 중 눈에 띄는 점은 ‘국가 근본이익’이라는 표현이다. 북한은 그간 평화와 자국의 안전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핵무력 사용 기준 역시 북한이 외부 적대세력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경우라고 밝혀왔다. 이번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가이익 침탈 시’ 표현은 경제제재와 같은 비군사적 상황에서도 자국의 이익이 침해받을 경우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 선제사용 조건으로 언급한 근본이익과 관련해 “국가 및 체계 존립을 핵심 내용으로 사용하는 개념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 연설에서) 직접적인 대남, 대미 메시지는 없었지만 핵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핵무력 지속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계기 열병식을 개최했다. 뉴스1

실제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이후 한·미의 북핵 공조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제타격론’ 등에 대응해 핵무기 교리를 공세적으로 변화해 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올해 들어 집중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해 온 북한이 이를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북한은 이미 모라토리엄(핵실험·미사일 발사 유예)을 파기하였으므로 향후 핵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핵미사일을 ‘속도전’ 형태로 발전시키는 도발적 행위를 연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때 집권 이후 처음으로 흰색의 ‘원수복’을 입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일 일가가 열병식에서 흰색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6·25전쟁 직후 ‘전승열병식’ 때였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명분으로 흰색 원수복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나서달라’는 주변 간부들 제안에도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후 원수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입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은 것은 그만큼 핵무기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게 태 의원 설명이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6·25전쟁이 끝난 뒤 원수복을 입고 군중 앞에 선 할아버지 김일성에 버금가는 업적이라고 내세운 것이다. 태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분명 있다며 북한 핵무기의 실제적 위험성을 애써 가렸다”며 “윤석열정부는 갈수록 고도화·현실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다음달 초·중순 7차 핵실험 감행할 수 있어

북한이 다음 달 7차 핵실험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윤석열정부 출범 전후 또는 다음 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정황은 이미 드러났다. 북한은 2018년에 입구를 폐쇄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4개의 주갱도 중 3번 갱도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무너진 3번 갱도 입구 쪽이 아닌 지름길인 입구 옆을 뚫는 방식으로 복구에 나서면 한 달 이내 핵실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3번 갱도는 한 번도 핵실험이 실시되지 않아 갱도 내부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번 갱도 복구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입구만 개통하면 한 달 내에 갱도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갱도 높이가 낮아 복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새로 입구가 건설되고 굴착 등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최근 포착된 공사 흔적 등을 냉정하게 분석하면 갱도 복구에 최소 한 달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풍계리 핵실함장 일대 위성사진 (암스컨트롤웡크). 뉴스1

북한이 3번 갱도를 복구한 직후 직후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수십kt(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위력을 지닌 소형 전술핵 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전술핵 촉진 등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사거리 1만5000㎞의 ICBM 개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군사정찰위성 운영, 고체연료 추진 ICBM 개발, 핵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 등이 구체적 목표다.

북한이 이후 ICBM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소형 핵무기와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북한이 2006년 핵실험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 역량을 개발해 온 만큼 핵탄두 소형화 역량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여섯 차례 핵실험과 달리 실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핵실험이 폭파 강도와 위력 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7차 핵실험부터는 핵탄두 소형화 및 실전 배치를 위한 마지막 점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향후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전방 부대에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27 판문점선언’ 휴지 조각 전락 위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제적인 핵 타격 시사로 문재인정부의 최대 대북정책 성과로 꼽히는 ‘4·27 판문점선언’이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남북관계 개선 △전쟁 위험 해소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4·27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뒤 악수를 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판문점선언을 보면 남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수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7차 핵실험 정황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핵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윤 당선인은 대북정책으로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 둘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만남은 ‘쇼’라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그냥 ‘우리 잘해 보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내 정치에 외교와 남북한 통일 문제를 이용하는 쇼다. 저는 쇼는 안 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차기 정부는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등 성과가 담보돼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이유다.

 

하지만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국경을 개방하지 않는 데다 최근에는 소규모로 이뤄졌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도 중단되는 등 장기 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북한은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론’에 반발해 남측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윤 당선인 역시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주민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할 가능성이 큰 만큼 김 위원장과 윤 당선인 간 회담은 당분간 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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