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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고 엇갈리는 네 청춘… 그들이 진짜 원하는 사랑은

입력 : 2022-04-28 20:20:40 수정 : 2022-04-28 2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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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파리, 13구’

프랑스 영화 거장 자크 오디아르(70) 감독은 ‘예언자’(2009) ‘디판’(2015) 등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황금종려상을 잇달아 받았다. ‘칸의 남자’로도 불리는 오디아르 감독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파리, 13구(사진)’로 돌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로 꼽히는 파리가 배경이나 영화는 외롭고 고독하다. 문화적·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동네인 파리 13구를 무대로 유약하고 불안한 젊은 세대의 사랑과 방황을 담아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오디아르 감독은 “서부극 ‘시스터스 브라더스’(2018)를 찍고 나서는 이전에 했던 것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스터스 브라더스’가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굉장히 폭력적인 남성적 영화를 그렸다면 이번 영화는 여자들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작은 공간에서 섬세하게 보여주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교사 출신 부동산 중개인 카미유(마키타 삼바 분),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근근이 살고 있는 중국계 이민자 에밀리(루시 장 분), 법대생 노라(노에미 메를랑 분), 성인방송 진행자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 분), 이 네 사람은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길을 잃고 방황한다. 육체적 사랑을 앞세운 이들의 관계는 한없이 엇갈리고 만다. 오디아르 감독은 작품에 대해 “현시대를 보여주는 시대극”이라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가운데, 정의할 수 없는 뭔가를 찾고 있다. 스스로 믿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 모습에 괴리를 느낀다. 삶의 경험을 통해 진짜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이 뭘 원하고 진정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등장인물들이 사는 13구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타운이 들어서있다. 감독은 이 장소를 다채로운 색감이 아닌 무채색으로 담아내 낭만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는 “파리에 오래 산 만큼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동시에 그 한계도 잘 알고 있다. 파리라는 배경이 주는 화려함과 기대감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줄곧 젊은이들의 공허함과 휘몰아치는 고독함을 그리지만 영화는 비극적이지 않다. 오디아르 감독은 ‘파리, 13구’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정의한다. “관객으로서 비극적인 결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극적 결말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교훈만 줄 뿐이죠. (해피엔딩의)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미래를 위해 열려 있는 장르입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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