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소유예 아이들 멘토링 통해 울타리 얻어” [차 한잔 나누며]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22-04-18 06:00:00 수정 : 2022-04-17 21:28: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성혜 청소년희망재단 사무총장

대학생·직장인들 6개월간 멘토
대학 탐방·게임하며 유대감 쌓아
진심 아껴주는 마음에 긍정 변화

기소유예땐 부모교육 명령도 필요
촉법소년 만 13세 하향 의미 있어
청소년희망재단 고성혜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청소년희망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소년범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청소년 멘티들은 다양한 이유로 청소년희망재단에 발을 디딘다. 오토바이를 훔쳐서, 무면허 운전을 해서, 혹은 친구를 때려서. 죄명은 다르지만 이들은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가 있지만 검사가 피의자의 연령과 생활환경 등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죄가 인정되는데도 처벌하지 않고 끝내는 건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이에 검사는 종종 피의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며 ‘조건’을 단다. 보통 △교육 조건부 △상담 조건부 △멘토링 조건부 등의 처분을 하는데, 교육이나 상담, 멘토링을 무사히 끝내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겠단 의미다. 피의자를 교화해 다시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의 지향점이다.

청소년희망재단은 2012년부터 ‘멘토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478명의 미성년 피의자가 멘토링을 마쳤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멘토가 되어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미성년 피의자 멘티와 일대일로 연을 맺는다.

1999년부터 청소년희망재단에서 일하며 멘토링 프로그램을 총괄해온 고성혜(65)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소유예 처분만 내려 아이들을 방치하게 되면 ‘개입 시점’을 놓치게 된다”며 “멘토링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울타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멘토링 활동은 6개월간 진행된다. 그간 멘토와 멘티는 대학교 탐방을 가고 방탈출 카페에서 게임을 하는 등 여러 활동으로 유대감을 쌓는다. 고 사무총장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소소한 활동들이 멘티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 보니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는 “멘토들은 ‘제 활동이 멘티들에게 도움이 된 게 맞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생각보다 멘티들은 멘토링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활동이 끝난 뒤 평가를 진행하는데 항상 멘티의 멘토링 활동에 대한 평가가 멘토의 평가보다 7∼10%가량 높다”고 했다. 이어 고 사무총장은 “멘티들은 멘토링하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멘토가 처음이다’ 등의 말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고 사무총장은 기소유예의 경우 보호자 교육이 부가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서 내리는 수강명령의 경우 보호자인 부모에게도 특별교육을 이수하라고 지시하는데,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에선 부모에 대한 교육이 빠져 있다”며 “부모에게도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소유예를 할 때 부모 교육도 부가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고 사무총장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선 “교과과정에 맞게 만 13세 미만 정도로 맞추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초등학생은 중학생과 달리 개선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는 취지다.

그는 “중학생은 초등학생과 인지발달 수준이 다르고 사춘기를 겪다 보니 일탈을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이에 반해 초등학생은 도덕성과 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더라도 상담과 교육적 개입을 통해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요즘 만 13세가량의 아이들이 본인이 촉법소년임을 알고 범죄를 저질러도 의기양양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아이들이 보호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미래에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다”며 “‘보호처분 별거 아니야’, ‘해봤자 보호처분이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고 사무총장은 향후 만 13세 미만의 촉법소년만을 집중 상담하는 전문기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촉법소년에겐 교육적인 개입이 정말 중요해요. 관심을 가져주고 이끌어주면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거든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촉법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기관이 따로 생겼으면 좋겠어요. 촉법소년에 대한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