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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오미크론에 극단적 도시 봉쇄… 시진핑 발목 잡을까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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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7 09:10:00 수정 : 2022-04-17 1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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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조치 ‘칭링’에 수천만명 고통

시진핑 장기집권·애국주의 의료 등 작용
‘칭링’ 코로나 초기부터 2년여 동안 유지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에 속수무책 뚫려
시골 마을부터 성급까지 전국 곳곳 봉쇄
가을 시진핑 주석 ‘대관식’에 찬물 가능성

中서 가장 잘 사는 상하이, 유령도시 방불
집 밖 나오면 처벌… 밤에 이웃과 물물교환
시민들 봉쇄 길어지자 칭링정책에 회의
2022년 5.5% 성장 물 건너가… 일자리 자연 감소
시진핑 장기집권 정책이 되레 경제 위협

밤이 되자 닫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문을 열고 나온 한 거주자가 아파트 단지 내 이웃의 문을 두드린다. 거주자는 들고 있던 달걀 꾸러미를 건네주고, 이웃에게서 사과 몇 개를 받아 들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내 거주 단지가 봉쇄되면서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의 밤 풍경이 달라졌다. 격리조치를 어기고 집 밖으로 나오면 처벌을 받는다. 어두컴컴한 자정 무렵에 조심히 움직여야만 한다. 단지를 벗어나지 못하니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단지 내 이웃들과 연락해 서로 필요한 생필품을 물물교환 한다.

낮에는 한없이 평화롭다. 시끄럽던 차량의 경적 소리와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방호복을 입은 방역관계자들과 공안, 물품 배달을 하는 택배기사들만이 드문드문 거리를 오간다.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 상하이의 2022년 4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갑자기 봉쇄가 시작된 당시만 해도 이 지경에 이를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당국은 나흘 동안의 짧은 봉쇄를 약속했지만 2주 넘게 봉쇄가 이어지면서 그 고통은 오롯이 주민 몫이다.

◆오미크론에 뚫린 ‘칭링’… 상하이마저 전면 봉쇄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유지해 온 강력한 봉쇄조치인 ‘역동적 제로코로나’(칭링) 정책이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위드 코로나’를 통해 일상생활 회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칭링 정책에서 한발도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칭링을 고수하는 이유는 애국주의 의료정책과 열악한 의료체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이란 정치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가을 시 주석의 장기집권 ‘대관식’에서 칭링정책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가장 민감한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 4일 하루 1만6412명으로 우한 사태 당시인 2020년 2월12일(1만5152명) 수치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음 날인 5일 2만472명으로 2만명을 돌파한 후 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남부 광저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과거처럼 감염자가 발생한 아파트나 거주 단지 중심으로 격리조치를 취했다. 2월 동계올림픽도 해외 입국자의 내국인 접촉을 막는 폐쇄 루프를 활용해 대규모 발생 없이 대회를 마쳤다. 자국의 칭링정책을 치켜세우며 중국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3월 들어 지린성과 상하이시 등에서 오미크론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31개 성급 행정구역 대부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3월 이후 전체 31개 성·시 중 30개 지역에서 약 4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마을 단위 작은 지역부터 지린성 창춘시 등 시급, 상하이시 등 성급까지 전국 곳곳이 봉쇄됐다.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도 사회적 이견이 표출됐지만 사회주의 국가 체제 특성상 중국에서는 극단적인 도시 봉쇄정책이 가능하다. 중국 당국이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봉쇄 상태에 있는 주민들은 수천만 명에 달한다.

사진=EPA연합뉴스

◆시 주석 장기집권 위해 코로나도 애국주의 대응

중국 당국이 오미크론에 대해 전면 봉쇄라는 강력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애국주의가 발현된 중국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코로나19 감염자 중 중국산 불활성화 백신인 시노백 접종자의 사망률이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접종자보다 크게 높았다. mRNA 백신 1회 접종자의 사망률은 0.21%, 2회 접종자는 0.04%로 낮아졌다.

반면 시노백 접종자는 사망률이 1회 접종 시 1.28%, 2회 접종 시 0.31%로 나타났다. 다만 독일과 중국산 백신을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맞으면 사망률은 각각 0.02%와 0.04%로 낮아진다.

중국은 자국에서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 효능만 강조하며 접종했다. mRNA 백신은 들여오지 않았다. 더구나 위험군의 백신 접종률마저 매우 낮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은 87.9%지만, 60세 이상은 80%가량이고, 80세 이상 노인은 50.7%에 그친다. 80세 이상의 부스터샷 접종률은 19.7%다.

중국의 중환자실 병상 수는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4.37개로 미국 34개, 독일 29.2개, 이탈리아 12개, 싱가포르 11.4개, 홍콩 7.1개 등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중환자가 늘어나면 사망자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서방국가의 코로나19 감염자 급증과 비교해 칭링정책으로 ‘안전한 중국’을 완성했다며 정치시스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장기집권을 위한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삼고 있어,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 8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중국이 금메달”이라고 자평했다.

◆봉쇄로 경제 하방 압력 커져… 장기집권 발목

오미크론 확산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칭링정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칭링정책이 오히려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위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을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장기화로 이마저도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국제·국내 환경에서 일부 예상을 넘어서는 변화가 나타나 경제 하방 압력이 한층 더 커졌다”며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음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중국은 올해 도시 일자리 목표를 1100만개 이상으로 잡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성장률이 떨어지면 일자리도 자연히 감소한다. 감염자 수치를 낮추기 위한 칭링정책으로 성장률과 일자리 수가 낮아지면 민심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5.5% 성장률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전망치를 5.1%에서 4.6%로 내렸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은 지난달 28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등 산업 가동과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일부 기업도 물류난으로 제품을 실어 나를 트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수출입 물량의 17%를 차지하는 상하이 양산항은 물류난으로 항만 물동량이 봉쇄 이전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상하이와, 한 달째 봉쇄 중인 지린성 창춘 공장 2곳이 닫혀 있다. 서비스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사업자, 서비스업 종사자, 일용직 건설 노동자 등의 수입 급감으로 소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가 봉쇄돼 먹고사는 문제에 타격을 받자 칭링을 지지했던 중국인들도 고통을 감내하고, 사회경제적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웨이보에는 상하이에서 구호물품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거나, 격리를 해제하고 일을 하게 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영상 등이 올라왔고, 네티즌은 고통받는 주민들 모습에 “여기가 상하이입니까, 지옥입니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알프레드 우 교수는 “중국은 한 달 안에 ‘우리는 성공했다.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우리뿐’이라고 말하겠지만 다른 곳들은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상하이 봉쇄의 가장 치명적인 유산은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의료 부문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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