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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원전·국내 연구자 시선 반영한 그리스 로마 신화

입력 : 2022-04-02 01:00:00 수정 : 2022-04-01 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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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김헌/을유문화사/2만원

 

“태초에 가장 먼저 카오스가 생겨났다.”

이는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가 ‘신통기’에서 설명한 천지창조의 이야기로, 그리스인들의 세계 인식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태초’는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뒤로는 무엇인가가 있는 ‘아르케’를, ‘카오스’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각각 의미했다. 특히 최초의 존재이자 공간의 신을 의미하는 카오스는 ‘하품’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생명체가 하품을 하면 입을 벌리게 되는데 그때 입속 텅 빈 공간을 가리켰다.

태초에 공간의 신 카오스가 생겨난 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태어났고, 이어서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와 사랑의 에로스가 차례로 탄생한다. 이들은 잇따라 자식들을 낳으면서 세상은 온통 신들로 가득 찬다.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고, 우라노스는 세상의 가장 높은 자리를 점거하면서 권력을 쟁취한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와 부부가 돼서 열두 명의 티탄 신족을 낳는데, 자식 가운데 막내인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불멸의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하며 새 권력자가 된다.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를 아내로 맞이해 자식들을 낳지만, 자식들의 역모를 우려해 태어나는 족족 집어삼킨다. 레아는 이에 여섯 번째 자식 제우스를 몰래 빼돌리고, 제우스는 크로노스가 삼킨 다섯 형제들과 힘을 합쳐 크로노스와 대결해 마침내 승리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크로노스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 첫 인간으로 신처럼 아무 걱정 없는 황금 종족이 태어났다가 나중에 정령이 된다. 두 번째 은의 종족, 세 번째 청동 종족, 네 번째 영웅 종족이 차례로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청동 종족과 영웅 종족이 사라진 뒤, 훨씬 사악한 다섯 번째 철의 종족, 그러니까 현재의 인류가 출현한다.

‘차이나는 클라스’와 ‘책 읽어 주는 나의 서재’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전의 세계를 알리고 있는 고전학자 김헌 서울대 교수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개괄한 책을 펴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희랍어와 라틴어 원전을 연구한 결과를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토머스 불핀치나 구스타프 슈바프류의 서구적 시각을 넘어서서 국내 연구자의 시선을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가령 목신인 판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길쭉한 귀를 갖게 된 미다스 왕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 교수는 이를 ‘삼국유사’ 속 경문왕의 당나귀 설화와 비교하며 재미있게 풀어낸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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