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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만덕산의 저주’? 코스피 2700선 붕괴에 묻힌 손학규 사퇴

입력 : 2022-01-28 15:52:50 수정 : 2022-01-28 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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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출마 4개월만에 대선 후보 사퇴
결단 때마다 초대형 이슈 터지는 징크스
‘만덕산의 저주’, ‘타이밍의 마법사‘ 별명
“‘더 훈련해라. 더 준비해라’는 뜻으로 수용”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손학규의 결단’은 이번에도 묻혔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6일 대선 도전 4개월 만에 후보 사퇴 뜻을 밝혔지만,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손 전 대표의 사퇴 소식에 “이분 대선 출마하셨었나요”라며 의아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한 것은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 2700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예고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영향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같은 날 북한은 올해 들어서 여섯 번째 무력시위에 나섰고, 국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1만4518명을 기록했다.

 

손 전 대표에게는 오래된 징크스가 있다. 손 전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초대형 이슈에 묻힌다는 이른바 ‘만덕산의 저주’다. 공교롭게도 이런 일이 잦다 보니 손 전 대표에게 ‘타이밍의 마법사’라는 반어적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여의도 한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징크스의 시발점이 된 것은 2006년 10월이다. 당시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섰다. ‘여의도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읽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손 전 대표가 대장정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던 10월 9일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07년 3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탈당 역시 그랬다. 손 전 대표는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지만, 보름이 채 되지 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이 타결된 것이다. 한미 FTA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찬반 격론이 벌어지면서 손 전 대표의 선언은 주목받지 못했다.

 

손 전 대표는 2014년 재보선에서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동안 전남 강진군 만덕산에서 칩거한 손 전 대표는 2년만인 2016년 10월 20일 “만덕산이 이제 내려가라 한다”며 정계 복귀 의사를 밝혔다. 불과 4일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사용하던 태블릿 PC가 세상에 공개됐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도 손 전 대표는 출마한 바 있다. 2017년 3월 7일 손 전 대표는 ‘평민만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저녁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2기가 도착했다. 손 전 대표가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2018년 5월 24일에는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다.

 

다만 손 전 대표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손 전 대표는 2016년 출간한 저서 ‘강진일기’에서 2006년 10월을 회상하며 “‘자만하고 안주하지 마라’는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간에 징크스가 회자되는 것에 대해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잘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것 같다”며 “저 자신은 ‘더 훈련해라. 더 준비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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