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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가시처럼 앙상한 철근… 콘크리트가 붙어있어야 합니다”

입력 : 2022-01-18 06:00:00 수정 : 2022-01-17 22: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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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신축 아파트 사고 수사

건설업계·전문가들 의혹 제기
“콘크리트 덩어리 붙어있어야
규정보다 더 많이 물 넣은 듯”
경찰, 납품 업체 10곳 압수수색
현산 공사부장 등 총 10명 입건

조사위, 압축 강도 등 정밀조사
안전 위해 상층부 수색은 연기

“광주 아파트 붕괴 국민께 깊이 사과”
그룹지주사 회장 유지… “반쪽 퇴진” 지적
노형욱 “가장 강한 패널티 주어져야”
안전진단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크레인에 탑승해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광주=뉴스1

“붕괴된 현장을 보면 철근만 생선 가시처럼 앙상하게 남아있어요. 철근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붙어있어야 합니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원인으로 불량 콘크리트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전문가는 “콘크리트를 만드는 재료는 시멘트와 모래, 자갈, 약품으로 이를 일정한 비율로 배합한다”며 “만약 불량 재료를 사용할 경우 강도가 약해 철근에 붙지 않고 떨어진다”고 말했다. 붕괴된 아파트 고층의 앙상하게 드러난 철근을 보면 불량 재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 관계자는 “우선 불량 재료를 사용해 철근만 드러났을 수 있다”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약한 것을 보면 수월한 타설 작업을 위해 물을 규정보다 더 많이 넣은 것 같다”고 밝혔다. 콘크리트에 물을 규정보다 많이 넣으면 타설 작업은 쉽지만 굳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붕괴 직전 촬영한 영상에도 시멘트 콘크리트 표면에 물이 새어 나온 모습이 나타나 표준 시방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고 현장의 타설 재하도급을 맡은 업체는 재중동포와 중국인 등 법적 체류 자격에 문제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주축이 된 전문 숙련 근로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7일째인 17일 구조대가 붕괴된 201동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국토부는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불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는 한편 압축강도 샘플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레미콘 타설 때 불량 자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레미콘 콘크리트 성분 불량을 콘크리트 강도 부족의 요인으로 판단하고 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이날 아파트 신축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현장에서 시공된 콘크리트 자재에 문제가 없었는지와 납품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지난 14일 경찰과 노동부 관계자들이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붕괴 사고와 관련 이날 9명을 추가 입건하는 등 모두 10명을 형사입건했다. 이미 입건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추가됐다. 이날 현대산업개발 공사부장 등 5명과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 등 모두 6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감리 3명은 건축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콘크리트 압축 강도와 품질 저하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겨울철 한파 속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타설을 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조사위는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붕괴 현장 각 층에 콘크리트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원형 시험체(지름 10㎝·길이 20㎝)를 채취한 뒤 압축 강도와 파괴 하중 등을 측정할 계획이다. 사고 이전 신축 현장에서 채취해놓은 시료(표준 시험체)와 비교해 콘크리트 강도 여부를 밝힐 방침이다.

17일 광주 북구청 광장에 화정아이파크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5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상층부 내부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수색에 나서는 구조대원의 안전지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자문단의 자문의견이 나오면서 미뤄졌다. 자문단은 붕괴범위에 대한 평면도를 별도로 작성하고 층별로 안전 보강 방법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붕괴사고 아파트의 예비입주자들은 “화정아이파크 1단지와 2단지 전체를 철거한 뒤 다시 공사하라”고 촉구했다. 예비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의 어처구니없는 부실시공으로 지난해 학동 참사에 이어 믿을 수 없는 대참사가 발생했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단계에서 안전관리 준수계획을 수립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참사 현장 찾아 “책임 통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광주=연합뉴스

◆정몽규, 現産 회장직 사퇴… “철거·재시공 고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책임을 지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룹 지주사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반쪽짜리 사퇴다.

 

정 회장은 사고 6일 만인 이날 오전 서울 용산 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정 회장은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그룹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그대로 맡기로 했다. 붕괴 현장 대책에 대해서는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미흡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주사 회장으로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전면 재시공도 안전진단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하는 ‘조건부’ 대책이기 때문이다. 또 수분양자 중에서 전면 재시공보다 빠른 입주를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막대한 피해보상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어 사태수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안전사회시민연대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레드 카드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가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 안모(45)씨는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도 이 회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설 전망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에) 정부가 현재 운영되는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패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주=한현묵·김동욱 기자,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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